다른 시·도교육청도 편성 거부 방침…보육대란 가시화
지난 9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누리과정 보육료 지급 거부’ 선언으로 우려돼 왔던 만 3~5살 영유아 ‘보육 대란’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5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중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 데 이어, 나머지 시·도교육청들도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재원 부족 등을 이유로 보육료 예산 편성 거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오전 ‘2015년도 경기도 세입·세출예산안’ 설명회를 열어 누리과정 예산 1조303억원(유치원 4533억원, 어린이집 5670억원) 가운데 3898억원만 편성한 내년도 세입예산안(11조7160억원 규모) 및 긴축재정계획을 발표했다. 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중 미편성한 항목은 유치원 어린이를 위한 예산 1.9개월분 735억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 보육료 전액인 5670억원이다.
도교육청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분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추가로 확보하겠지만,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예산은 재정형편 탓에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경기도 내 만 3~5살 영유아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이 전면 중단된다. 현재 경기도에선 1만3380곳의 어린이집에 3~5살 영유아 16만3885명이 다니고 있다.
이 교육감은 “내년에 보통교부금 3648억원, 지방자치단체 이전 수입 2160억원, 자체 수입 690억원이 각각 줄어든 반면 세출예산은 1조5300억원이 초과돼 기간제교사 감축, 교사연구년제 중단, 혁신학교 학급당 학생수 확대 등의 4차례 구조조정을 걸쳐 8945억원을 줄였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재정이 어려운 것은 무상급식 탓’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이 교육감은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은 7428억원이며, 이 중 교육청 부담금은 56%인 4216억원으로 올해 대비 2억원이 늘었을 뿐이고, 무상급식 예산 중에는 저소득층 중식 지원비 등 1628억원이 포함돼 있다”고 일축했다.
경기도교육청 외에 부산시교육청 등 나머지 대부분의 시·도교육청들 역시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쪽으로 예산안을 마련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내년도 전체 누리과정 예산 2013억원 중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1336억원을 편성했지만, 어린이집 예산 976억원은 아직 편성하지 않았다. 강원(706억원), 대전(590억원), 인천(1207억원), 충북(1280억원), 경남(1439억원), 전북(625억원), 대구(833억원), 경북(1053억원), 광주(724억원), 전남(907억원) 등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예산안을 지방의회에 내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3657억원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논의 중이며, 충남도와 세종·대전·울산시도 어린이집 예산 미편성 여부를 놓고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
수원/홍용덕 기자, 김지훈 기자 ydhong@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