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과거엔 여럿이 함께 노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디지털 기기는 속성상 나 홀로 즐김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디지털을 놀이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지만, 경직된 태도가 자녀와의 놀이 기회를 막고 있다. 디지털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무지, 거부감 때문이다.
많은 부모가 자녀들의 디지털 사용에 대해 명확한 교육 방침 없이 “안 돼!” “그만!”을 외치고 있다. 아이들이 디지털 놀이에 빠져서 성적이나 사회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지만 디지털에 능숙한 아이들은 부모의 눈을 피해서 몰래 사용하는 게 어렵지 않은 세상이다. 하버드의대 정신과의 앤 피셜 교수는 어릴 때 디지털 규율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야 디지털 절제력이 생긴다고 했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2살 미만 아이는 전자화면을 보지 못하도록 권하지만, 25개월 이후부터는 하루 1~2시간 이내의 제한적 노출을 허용한다.
하지만 명확한 규칙이 디지털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소아정신과 박사인 랜디 쿨먼은 디지털 앱이나 미디어를 가족이 함께 즐기는 것을 강조한다. 자연히 가족간 친밀감이 올라간다. 그 과정을 통해서 디지털에 익숙한 아이들이 부모를 가르칠 기회도 주라고 한다. 생각도 정리되고, 어휘력도 늘어나며, 참을성도 길러지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 부모와 디지털 생활을 공유할수록 자존감이 강하다. 그 활동을 유쾌한 활력소로 생각한다. 인기 웹툰을 즐겨 보는 부모는 아이들과 이야기 소재가 풍부하기 마련이다. 가족이 디지털로 놀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해졌다.
디지털 놀이는 요즘 아이들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다. 무조건 막는 게 최선이 아니라 부모가 디지털 세상을 이해하면서 함께 놀아주는 게 필요하다. 제도나 법규, 학교에서 알려줄 수 없는 영역이다. 부모가 먼저 디지털을 이해하고 가족간 약속을 통해 디지털 놀이를 함께 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함께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있는 부모를 따르고 신뢰한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한겨레 신문 2014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