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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꼬꼬댁 꼬꼬” 하면 아이는 “꼭꼭딱 꼭꼭” 재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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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93640631_20141208.JPG»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개최하는 2014 다문화동화책 낭송대회가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려 베트남대표로 참가한 가족이 동화책을 읽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다문화동화책 낭송대회 개최
엄마는 한국어, 아이는 엄마 말로
베트남·중국·몽골 등 12가족 참여
“엄마 나라 말로 대화할 때 좋아”

“팟팟팟팟. 꼭꼭딱꼭꼭.”(푸드덕푸드덕. 꼬꼬댁꼬꼬) “돌이 자이냔 런 므언억. 바이가 자이 듬름 캅 너이.”(돌이가 고추밭으로 달려갑니다. 닭들은 이 고랑 저 고랑으로 흩어집니다.)

노란색 커플티를 맞춰 입은 엄마와 딸이 무대에 함께 섰다. 딸 윤새연(10)양이 작은 입을 벌려 엄마의 나라인 베트남말로 동화를 읽어 내려갔다. 윤구병 작가의 동화 <심심해서 그랬어>의 한 대목이었다. 엄마 원지윤(30)씨가 딸의 나라이자 남편의 나라이자 이제는 자신의 나라이기도 한 한국 말로 동화의 같은 대목을 읽으면, 딸이 엄마 귀에 익숙한 베트남어로 재잘거렸다. 닭, 개, 돼지의 울음소리는 베트남말과 한국말이 참 많이 달랐다.

141793640607_20141208.JPG»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개최하는 2014 다문화동화책 낭송대회가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려 베트남대표로 참가한 가족이 동화책을 읽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6일 낮 서울 광화문 케이티홀에서 ‘다문화동화책 낭송대회’가 열렸다. 원씨 모녀를 비롯해 중국, 일본, 몽골에서 온 엄마가 있는 열두 가족이 참여했다. 이들은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중국어와 베트남어 등으로 번역한 동화 <심심해서 그랬어>, <새는 새는 나무 자고>, <강아지똥>, <황소 아저씨>, <넉 점 반>을 골라 읽었다. 엄마가 몽골·일본 출신인 가족은 ‘외가 나라’의 동화를 직접 번역해 대회에 참가했다.

원씨는 2004년 남편 윤명진(42)씨와 결혼한 뒤 한국으로 귀화했다. 원씨 모녀는 대회 일주일 전부터 입을 맞추느라 고생했다. 엄마가 베트남말로 동화책을 읽고 녹음하면 새연이가 한국말로 음을 달아 읽기 연습을 했다. 엄마는 새연이를 가졌을 때도 베트남 동요를 불러줬다. 당시엔 한국말을 못해서다. 새연이는 여섯살 때 베트남 외가에 열달 정도 다녀온 뒤 베트남말을 곧잘 한다고 했다.

새연이는 “엄마랑 둘만 있을 때는 베트남말로 대화해요. 친구들이 베트남말을 알려달라고 해서 더 좋아요”라며 웃었다. 원씨는 “새연이가 어릴 땐 나도 한국말을 잘 못했다. 애를 데리고 병원에 다닐 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엄마가 가난한 나라 출신이거나 한국말을 못하면 무시당하곤 한다는 얘기가 많다”고 했다.

1417951774_00519816301_20141208.JPG»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개최한 ‘다문화동화책 낭송대회’가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케이티(KT)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렸다. 몽골 전통 의상을 입은 엄마 푸르웨 아리온자르갈(오른쪽)과 한복을 입은 딸 김나연양이 <강아지똥>을 한국말과 몽골말로 함께 읽고 있다. 나연양 가족이 1등을 차지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엄마의 모국어는 외국어가 아니다. 2006년 한국 남성과 결혼한 몽골 출신 푸르웨 아리온자르갈(35)은 “우리 딸은 몽골에 가면 몽골 아이고, 한국에선 한국 아이다. 몽골말을 모르면 외할머니와 대화가 안 되니까 어릴 때부터 가르쳤다”고 했다. 딸 김나연(8)양은 엄마가 몽골 사람인 게 ‘특이해서’ 더 좋다고 했다. 나연이에게 엄마는 ‘하찮은 강아지똥도 소중한 존재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동화’ <강아지똥>을 함께 읽자고 권했다.

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은 다음 문장의 발음이 생각나지 않으면 ‘도와달라’는 신호로 옆에 선 엄마 눈을 쳐다봤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온 동물 가면도 쓰고 구연답게 이런저런 몸동작도 곁들였다. ‘달라서 더 아름다운’ 이번 이야기 잔치에서 나연이네가 1등, 새연이네가 3등을 했다. 심사위원인 김경희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본부장은 “동화의 느낌을 잘 살리고 엄마와 자녀가 깊이 교감하는지를 중심으로 심사했다. 엄마는 한국어를, 아이는 엄마의 모국어를 처음 배운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이해한다면 서로 더 가까워질 것 같다”고 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2008년부터 외국어로 번역한 동화책 6종 5만1000여권을 전국의 어린이도서관과 다문화가정 지원센터에 무료 배포해 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2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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