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교사가 네살배기 아이의 얼굴을 후려치는 동영상이 공개된 뒤 정부기관들이 앞다퉈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형사처벌을 전제로 한 경찰의 대응은 기민하다. 경찰청은 지난 15일 지방자치단체들과 협조해 전국 어린이집 4만3752곳과 유치원 8826곳을 전수조사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교사 27만여명이 순식간에 ‘잠재적 범죄자’가 됐다.조사 방법은 간단하다. 어린이집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 동영상을 열어보거나, 부모들한테 제보를 받겠다는 것이다. 시시티브이 설치 비율이 21%에 불과하고, 어린이집이 이 영상을 경찰에 제공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지적이 일자 더 센 조처가 나왔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19일 “시시티브이를 안 보여주는 어린이집은 명단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대로라면 시시티브이를 설치하지 않은 대다수 어린이집이 오히려 득을 보는 이상한 상황이 된다.시민들의 공분,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의 불안을 의식한 발 빠른 조처지만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우선 한정된 경찰력으로 눈에 띄는 몇 건을 제외하고 근본적인 조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감시카메라에도 사각지대는 있다. 아동보호 전문가들은 영상만으로 학대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교사 27만명에 대한 경찰의 ‘예비검속’식 전수조사는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는 있다. 하지만 서울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일부의 문제를 가지고 전체를 다 조사한다고 하니 모두가 범죄자 취급을 받는 기분이다. 교사들이 밖에 나가서는 어린이집 교사라는 신분을 숨기는 등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윤종기 인천지방경찰청장은 연수구 어린이집 사건 직후 “폐쇄시킬 각오로 수사해야 한다”며 결기를 보였다. 앞서 지난달 17일 인천 남동구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동영상이 공개된 바 있다. 윤 청장 취임 이후의 일이지만, 이 시설은 지금도 멀쩡히 운영 중이다. 경찰은 연수구 어린이집이 문제가 되자 남동구 어린이집 수사를 다시 하고 있다.
“일회성 전수조사가 아동학대 방지에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한달 반짝하고 관심이 수그러들 것”(한 유치원 교사)이라는 현장의 반응은 급조된 전수조사보다 단 한건이라도 제대로 된 사건 처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김규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