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놀이부터 애니메이션까지 초등생이 찍어올린 동영상 ‘인기’ 영상에 음악도…‘키즈 크리에이터’ 파우치 공개 등 어른 따라하기도 외국 어린이 스타 ‘조회수 10억건’ 유튜브쪽 “올해 가장 성장할 분야”
1년 전, 13살 채은이는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영화 <겨울왕국>을 따라 600컷 그림을 그리고 일일이 사진을 찍어 <렛잇고> 노래에 맞춰 편집했더니 손그림 뮤직비디오가 됐다. ‘초등학생 그림으로 재탄생한 겨울왕국’이 화제가 되면서 지금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사과의 화이트보드 이야기’라는 채널을 만들었다. ‘렛잇고 동영상’과 함께 화이트보드로 그린 다른 애니메이션을 올리고 있다. 채은이 어머니인 박은영씨는 “처음엔 말려야 하나 걱정스러웠는데 영상세대다 보니까 지금 아이들은 어른들과 놀이 방식이 정말 다르다. 우리 때라면 기껏해야 종이에 만화를 끄적였을 텐데 요즘은 아이들이 사진과 영상을 혼자서 합치고 음악을 얹는 새로운 창작방법을 발견하고 몰두하더라”고 했다.12살 은준이도 지난해부터 와이티(yt)노바라는 채널을 만들어 자신이 하는 장난감 놀이를 동영상으로 올려왔다. 은준이가 지금까지 레고나 피규어 시리즈를 조립하고 움직이는 장면을 연출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은 200편이 넘는다. 찰흙으로 음식 만들기, 머리 잘 빗기 같은 일상적인 소재를 꾸준히 올리는 초등학생도 있다. 유튜브에선 이들을 어린이 창작자라는 뜻의 키즈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요즘 아이들은 동영상으로 논다. 소꿉 장난 같기도, 진지한 작업같기도 한 동영상 놀이는 어른들이 먼저 시작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수학여행 파우치 공개 방송’은 2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시작했다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돌던 것이 초등학생에까지 전파된 것이다. 최근 유튜브에선 새로 나온 물건 상자를 뜯어 내용물을 살피는 ‘언박싱 방송’ 인기가 많다. 어른들은 주로 전자제품 리뷰 방송을 보는데, 아이들은 장난감 상자 포장을 뜯어 블록 조립이나 불빛과 소리를 들어보는 장난감 후기 방송에 몰두한다. 뽀로로, 또봇, 타요, 로보카폴리, 라바 등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영상을 보여주는 토이푸딩티브이, 단비스토이 등의 장난감 전문 채널들도 속속 등장했다. 대사도 없고 등장 인물은 장난감과 인형을 움직이는 손 뿐이지만 어린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토이푸딩티브이의 구독자는 12만명, 채널 내 영상의 총 조회수는 1억4천만 건을 넘는다.
유튜브 온라인 파트너십 담당 박태원 매니저는 “2015년 가장 성장할 분야로 키즈 콘텐츠를 꼽는다. 2014년 4분기만 해도 새로 시작하는 장난감 채널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 채널의 특징은 아이들이 주도한다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아이가 만들고, 스스로 주인공이 되고 소비하는 경향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 외국에선 이미 유튜브 어린이 스타가 뚜렷하다. 미국의 초등학생 에반은 2011년, 5살때 아빠와 함께 동영상을 찍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유튜브에 장난감 리뷰와 가족들과 함께 하는 놀이를 올리고 있다. 에반이 진행하는 에반튜브라는 채널 조회수는 10억건, 구독자는 100만명을 넘는다. 3남매의 일상을 중계하는 유튜브 채널 브래테일리(Bratayley) 구독자는 70만명을 넘었다.
레고를 사랑하는 은준이도 처음 우연히 단비스토이의 장난감 방송을 보고서는 자신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촬영이나 편집방법을 따로 배워본적이 없는 은준이는 8살 동생에게 카메라를 들려주고 자신은 장난감을 움직인다. 처음엔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했던 놀이였는데 촬영을 거듭하면서 제법 창작자 의식이 생겼다. “시청자들이 기다릴까봐 일주일에 2번 이상은 올린다. 또 매일 새로운 것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함께 하기도 하고 장소를 옮기는 등 자꾸 방법을 찾게 된다”고 했다. 박태원 매니저는 “지금은 아이들이 단순한 동영상을 주로 만들지만 점점 매끈한 화면으로 나아가면서 티브이 같은 촬영 수준과 일상적인 개인 동영상 기록 사이에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사진 유튜브 화면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