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1시 마티네 콘서트는 으레 가볍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녁 콘서트에서나 기대했던 슈베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에다, 현악에 비해 들을 기회가 적었던 관악곡의 향연 등으로 ‘더 묵직하게 더 색다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의 ‘11시 콘서트’에서 피아니스트 박종훈이 해설을 하고있다. 사진 서울예술의전당 제공 |
[100℃] 10여년 역사 ‘마티네 콘서트’
19세기 파리의 시인들은 극장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마티네 포에티크’라는 시 낭송회를 열었다. 마티네(Matin<00E9>e)는 프랑스어로 ‘아침 나절’ 또는 ‘오전 중’이다. 그래서 오전과 낮 연주회를 ‘마티네 콘서트’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원조 격은 2004년 서울 예술의전당의 ‘11시 콘서트’다. 그 이전에도 단발적인 기획은 있었지만, 이 콘서트를 시작으로 본격화한 것으로 본다. 도입 10여년, 이제 마티네 콘서트는 제자리를 찾은 모습이다. 귀에 착착 감기는 경쾌한 연주,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해설로 주부·어린이·실버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다고 클래식 소품만을 들려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자, 귀 기울여 보자. 2015년 낮 11시, 마티네 콘서트가 달라진다. 10여년 만에, 다시 새로운 변신이다. 저녁 콘서트에서나 기대했던 슈베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 현악에 비해 들을 기회가 적었던 관악곡의 향연 등으로 ‘더 묵직하게 더 색다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여기에 전통적인 명곡은 물론 오페라로 차별화한 연주, 음악에 문학과 발레를 접목한 콘서트 등도 관객에게 손짓하고 있다. 마티네 콘서트의 새로운 변신과 공연장별 특화 상품들을 짚어봤다.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가 원조표값 2만원선…해설 곁들여 귀에 쏙
주부·어린이·실버세대 사로잡아“슈베르트교향곡 전곡 연주 도전”
성남아트센터의 시도를 필두로
오페라·관악, 문학과의 만남 등
차별화 경쟁으로 관객에 ‘손짓’■ “낮 11시에 만나요” 서울 예술의전당이 원조마티네콘서트가 뿌리내린 데는 서울 예술의전당의 ‘11시 콘서트’의 힘이 컸다. 2004년 9월 이전에는 가끔씩 쓰이던 ‘마티네’라는 용어를 그 이후부터 ‘낮 11시 연주회’로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유연경 서울 예술의전당 담당자는 “예전에는 브런치라는 개념이 아예 없었다. 회의를 거쳐 낮시간대 여성을 겨냥해 커피와 쿠키 등을 제공하는 연주회를 만들게 됐다. 낮 11시로 정한 것은 주부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시간적 여유를 가지는 시간이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예술의전당은 올해도 매달 둘째 목요일에 열리는 ‘11시 콘서트’를 통해 ‘원조’의 자긍심을 지켜갈 계획이다. 3월12일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 4월9일 버르토크(바르톡) ‘바이올린 협주곡 2번’, 5월14일 시벨리우스 교향시 <핀란디아> 등이 포함된 소리의 향연을 펼친다.이들의 시도는 전국적인 ‘마티네 콘서트, 브런치 콘서트 바람’으로 이어졌다. 마티네 콘서트는 클래식 대중화의 ‘윈윈 게임’이었다. 공연장은 새로 관객을 개발해 좋고, 관객은 1만5000~2만5000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에 문화생활을 즐겨 좋은 것이다.하지만 경계해야 할 점도 만만찮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연이 지나치게 가볍고 느슨한 분위기로 흐를 경우 공연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연주자들은 매너리즘을 경계하고, 관객들은 공연을 충분히 즐기되 부실하거나 성의 없는 연주에 대해서는 따끔한 비판을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티네 콘서트는 낮시간대 음악회라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 관객들끼리 만나 얘기꽃을 피우는 기회로도 활용된다. 서울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에 온 관객들이 커피와 다과를 들고 있다. 사진 서울예술의전당 제공 |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위 내용은 2015년 2월 16일자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