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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스성 불임’ 원인 밝혀줄 ‘초파리 호르몬’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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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은 최근 불임이 아닌, 이제 막 임신을 시도하기 시작한 373명의 건강한 여성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스트레스와 임신률의 상관성을 연구한 결과, 스트레스가 많을 때 높아지는 생체지수인 알파-아밀라제 수치가 높은 여성들의 경우 수치가 낮은 여성들에 비해 매달 임신율이 29%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신 시도 뒤 일년이 지나도 임신이 안되면서 불임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두배나 높았다.

스트레스가 불임 등 생식질환의 원인임은 잘 알려져 있지만 신경계 안에서 직접 영향이 전달되는 유전자와 신경회로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스트레스 호르몬과 비슷한 초파리의 신경전달물질이 초파리의 수정 과정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스트레스가 사람의 임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김영준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20일 포유류의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호르몬인 부신피질자극호르몬방출인자(CRH)와 아미노산 서열이 유사한 초파리의 신경전달물질 ‘디에이치44’(Dh44)가 초파리의 수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유명 과학저널 <셀>의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 20일(한국시각)치 온라인판에 실렸다.

초파리 암컷은 여러 수컷과 교미한 뒤 수정을 위한 정자를 선택해 특정 장소에 보관하는데 저장하고 남은 정자나 원하지 않는 상대의 정자를 몸 밖으로 방출한다. 연구팀은 초파리의 정자 방출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알아내기 위해 신경펩타이드 45종의 생성을 억제한 초파리 암컷을 대상으로 교미 뒤 정자를 방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조사했다. 그 결과 Dh44를 억제한 초파리 암컷들은 교미 뒤 10분 이내에 정자를 모두 방출했다. 나머지 신경펩타이드를 억제한 초파리들은 정상 초파리와 마찬가지로 정자를 방출하는 데 1~6시간이 걸렸다. 또 Dh44를 억제한 암컷의 경우 교미 뒤 낳은 알의 수가 정상 초파리와 비교해 30% 이하로 감소했다. 이는 Dh44가 초파리 암컷이 교미 뒤에 정자를 걸러내고 수정된 알을 낳게 하는 신경 안 신호전달 과정에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향후 주변 환경이나 섭식장애, 수면장애 등에 의한 스트레스 반응이 어떻게 Dh44 신경계에 전달되는지 규명해 불임 등 생식관련 질환과 스트레스 반응과의 연계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호르몬과 유사한 초파리의 신경전달물질이 초파리의 생식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낸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의 신경 반응과 불임 등 생식 관련 질환의 연관성을 연구하기 위한 이론적 기반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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