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한다. 왜냐면? / 리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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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
교육부는 2014년 9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안 발표 때 초등학교 적정 한자 수를 밝히면서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올해 9월 중 교육과정 확정을 목표로 초등 한자 교육 관련 정책연구를 하고 있어 한글과 교육단체 대표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는 우리 교육과 나라를 망칠 중대한 잘못이기에 일본식 한자혼용주의자들에 맞서 반대운동을 한 사람으로서 그 까닭을 밝힌다.한자혼용이나 한자병기는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일본식 말글살이다. 일본은 1910년 강제로 이 나라를 빼앗기 전부터 일본식 한자혼용 말글살이를 퍼트렸고 식민지로 만든 뒤에는 일본 한자말을 한자로 적고 일본 글자를 함께 쓰는 교과서로 교육을 했다. 그리고 우리말로 된 땅이름과 사람이름까지도 일본식 한자말로 바꾸면서 우리 겨레 얼과 겨레까지 없애려고 했다.우리는 대한제국 때부터 우리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 적는 말글살이가 좋고 옳다는 것을 깨달았고 1945년 일본이 물러간 뒤 미국 군정 때 우리말을 되살려 쓰려고 애쓰면서 교과서를 한글로 만들었다. 또 대한민국 정부는 한글전용법을 만들어 공문서를 한글로 쓰게 했는데 일본 식민지 때 일본식 한자혼용에 길든 지식인들은 이 한글전용 정책을 반대했다.마침내 1961년 군사정변으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이 일본 한자혼용 주장자들의 말을 듣고 1964년부터 교과서에 한자를 같이 쓰게 했다. 하지만 국어를 포함해 다른 학과도 한자 교육 시간이 되는 등 부작용이 커서 1967년에 그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국어운동대학생회까지 태어나 반대운동을 했다. 정부는 1970년부터 다시 교과서를 한글로 만들어 교육했다.이렇게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말을 한글로 쓴 교과서로 교육을 하고 말글살이를 하게 되니 광복 직후에는 문맹자가 80%였으나 지금은 모두 글을 읽고 쓸 줄 알아서 국민 지식수준이 빨리 높아졌다. 그 바탕에서 민주주의와 경제가 발전해 선진국 문턱까지 왔다. 그리고 우리 한글문화가 꽃펴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그러나 한글로 쓴 글보다 일본식 한자혼용이 편리한 일본 식민지 지식인들은 이 나라 지배층으로 살면서 일본식 한자혼용단체를 만들고 계속 한글전용법 폐지와 교과서 한자병기를 꾀했다. 또 이들은 한자도 우리 글자라느니, 한자를 배우면 머리가 좋아진다느니 온갖 거짓소리를 하고 헌법소원까지 내며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일본 한자말을 늘려갔다.세계에서 두 가지 글자를 함께 쓰는 나라는 일본뿐이다. 그들의 글자 ‘가나’는 한글처럼 훌륭한 글자가 아니어서 한자를 함께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광복 70돌이 되는 해에 그런 불편한 일본식 말글살이를 꾀하니 기가 막힌다.지난 2월 한길리서치가 초등 교사들을 상대로 한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여론조사를 보면 교사 91.1%가 한자 사교육이 늘어나고 학습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 대답했고, 65.9%가 반대했다. 한국초등국어교육학회 이창덕 회장도 한자 교육은 따로 한문 시간에 해야지 교과서 한자병기로는 다른 국어교육도 안 되고 한자 교육도 제대로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왜정시대 독립만세를 외치던 심정으로 교육부에 호소한다. “우리말은 아직 독립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뿌리내린 일본 한자말과 일본말투를 뽑아 버리고 일제가 못 쓰게 한 토박이말을 살려서 우리말다운 말글살이를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말이 독립하고 우리 겨레 얼이 살아나며 우리 자랑인 한글이 빛나게 되어 우리 겨레도 빛난다. 이제 교육부는 우리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 적어 교육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깨닫고, 지나친 영어 편중 교육도 그만하고 토박이말 교육이나 제대로 하라!”리대로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회장
(*2015년 3월 4일 인터넷한겨레 등록 기사)
[왜냐면]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찬성한다
김창진 초당대 교수·문학박사
<한겨레> 3월5일치에 실린 리대로씨의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한다’를 읽고 놀랐다.
리씨는 “한자혼용이나 한자병기는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일본식 말글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국한자혼용과 국한자병용은 세종대왕이 글을 적은 방식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후 처음으로 지은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는 “海東 六龍이 나라ː샤ː일ː마다 天福이시니 古聖이 同符하시니”로 시작된다. 세종대왕은 한자어는 한자로, 토박이말은 훈민정음으로 구별하여 적었다. 이것이 국한자혼용이다. 또한 세종대왕이 아들 수양대군을 시켜 지은 <석보상절>(釋譜詳節) 역시 한자어에 대해 한자와 훈민정음을 함께 적어 표기한 국한자병용이다. 이처럼 한자혼용과 한자병기는 바로 세종대왕이 시작한 표기 방식이다.
우리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본뜻을 올바르게 알아야 한다. 세종대왕은 한자를 몰아내려고 훈민정음을 만든 것이 아니다. 한자어는 기존에 써오던 대로 한자로 적고, 다만 적을 글자가 없었던 토박이말을 적기 위해 훈민정음을 만든 것이다.
그 전통은 조선왕조 500년은 물론, 광복 후 1980년대까지 오랫동안 지켜져 내려왔다. 그 이유는 한자어는 한자로 적어야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전용은 개화기 때 서양 선교사들이 한자를 모르는 무지한 백성들에게 성경을 읽히려고 한글성경을 펴내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또 미국인 필립 제이슨(서재필)은 서양의 소리글자인 로마자가 우월하다고 생각하여 <독립신문>에서 한글전용을 본격적으로 시도하였다. 이처럼 한글전용은 서양인들이 시작한 일로서 한국인의 민족 주체성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오늘날 한글전용은 첫째, 광복 후 군정청과 최현배씨 등이 합작한 정부의 강요에 따른 결과이지 우리 국민의 자유로운 뜻이 아니다. 둘째로, 2005년에 만든 ‘국어기본법’은 한글만 우리 글자라 규정하고 한자는 외국 글자로 취급하였다. 이렇게 정부가 끊임없이 국민에게 강요한 결과, 오늘날 우리 국민은 한자를 멀리하고 한글전용에 젖게 된 것이다.
세종대왕은 ‘한자어는 한자로, 토박이말은 훈민정음으로 적는다’는 국한자혼용의 원칙을 세웠고 대한제국의 고종황제도 국한혼용의 칙령을 선포하였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잘못된 한글전용을 철폐하고 21세기 동북아 한자문화권 시대에 걸맞게 국한자혼용에서부터 시작되어야 마땅하다.
(*2015년 3월 9일 인터넷한겨레 등록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