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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너무 자주 바뀌어…최소 5년 이상 건드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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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1945, 희망 2045] 다시, 교육부터
② 교육갈등 접점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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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최근 실시한 교육 설문조사에서 국민 대다수는 초·중·등 교육과정의 수시 개정에 반대했다. 지난 8~9일 실시한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조사를 보면 교육과정의 잦은 개정에 대해 응답자의 77.6%는 ‘교육 혼란 등 문제가 크므로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회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불가피하다’는 응답은 17.8%에 그쳤다.

국민 77.6% “교육혼란 커 개선해야”
전문가 “한번 개정에 5년 이상 필요”

전문가들조차 한번 개정에 못해도 5년 이상 걸린다고 입을 모으는 교육과정 개정이 최근 8년 사이 크게만 세 번이나 이뤄졌다.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2년 학교 교육의 ‘밑그림’이다. 2007년과 2009년에 총론 개정이 있었고, 올해 9월 다시 총론과 각론이 고시될 예정이다. 2011년 교과 교육과정, 2012년과 2013년 총론 부분 개정까지 고려하면 교육 현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거의 매년 교육과정 개정으로 몸살을 앓은 셈이다. <한겨레>가 교육 전문가와 교육당국 관계자들을 두루 취재해 보니, 교육과정 졸속 개정의 근본적인 해법에 대한 진보, 보수, 중도 쪽의 생각은 대체로 네 가지 정도로 모아졌다.

1. 독립된 교육과정위 만들자

우리나라는 1954년 1차 교육과정 고시를 시작으로 총론만 9차례 개정했다. 그나마 1997년 말 고시된 7차 교육과정까지는 1~7차로 ‘차수’를 구분하며 적어도 5년 정도는 기간을 뒀다. 그러다 2007년 개정부터는 아예 교육과정 명칭에서 차수를 빼고 ‘년도’로 표기했다. 명목상으론 ‘수시 부분 개정’이지만 사실상 짧게는 2년 단위로 ‘수시 전면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자의적 교육과정 개정의 ‘비결’은 초·중등교육법 제23조에 있다. ‘교육부 장관은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한다’는 조항이다. 이를 근거로 전국 초·중·고교의 교과서, 학사일정, 교원수급과 양성체제, 입시제도 등 엄청난 사회적 변화를 동반하는 교육과정 개정이 정권 교체 때마다 손쉽게 이뤄진다.

2009 교육과정의 인재상은 ‘글로벌 창의 인재’였고, 2015 교육과정의 비전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다. 대한민국 교육기본법은 홍익인간이나 자주적 생활인, 민주시민 등을 ‘교육이념’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육기본법에도 없는 인재상이 명멸하고 여기에 맞춰 교육과정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사실 ‘5년 단임 대통령제’는 교육과정 졸속 개정의 가장 큰 이유다. 모든 대선 후보가 교육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이 되면 임기 첫해에 준비를 시작한다. 정치권과 교육계의 갑론을박과 연구개발, 예고기간 등을 거쳐 보통 임기 말에 교육과정을 바꾼다. 무리하게 서두른 정책이 첫해부터 잘될 가능성은 낮다. 언론에서 질타가 쏟아지면 다음번 대선 후보가 ‘또 고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독립적인 교육과정위원회를 두자는 주장이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산하 새교육개혁포럼은 지난 1월 정치적으로 독립된 ‘국가교육과정위원회’를 설립하자는 정책 제안을 내놨다. 국가교육과정 개정을 총괄적으로 주관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기관이나 기구의 구성을 검토하자는 제안이다. 진보 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000년대 중반부터 ‘사회적교육과정위원회’ 설립을 촉구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처럼 직무상 독립성을 유지하는 상설 심의기관을 두고, 이 위원회가 교육과정에 대한 의견 수렴과 연구·개발, 평가를 기초로 교육부 장관에게 개정안을 권고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2015 교육과정 개정의 정책연구 책임자인 김경자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 위원장은 “국가교육과정위원회를 만들고 상임 연구진 임기를 10년 정도 보장해주면 전문 인력을 기를 수 있고, 졸속 교육과정 개정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2. 교육과정 큰 틀 5~12년 바꾸지 말자

교육 전문가들은 현행 수시 개정 체제를 다시 주기적 개정 체제로 전환하자고 제안한다. 필요할 때 부분 개정은 하더라도 전면 개정은 일정 주기를 두자는 요구다. 진영효 전교조 참교육실 정책국장은 “교육과정 개정 주기가 최소한 10~12년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임기 5년을 고려해 두개 정부, 최소한 10년 정도는 교육과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학생들의 교육 주기를 고려해 초·중·고 12년간 교육과정을 유지하면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온전하게 초·중·고를 마무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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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 모두 “독립적인 교육과정위 두자”

짧게는 2년마다 교육과정 개정
교총 “정치적으로 독립되게” 제안
전교조 “인권위처럼 직무 독립”
“사회적 합의 거쳐 개정을” 제안도

2009 교육과정의 개발을 맡았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교육과정 개정에 5~7년은 걸린다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국가교육과정기준 총칙 개선의 방향’에서 “교육과정을 순차적으로 개정할 때 개발의 최소 주기는 4년이고, 각급 학교 적용의 최소 주기는 3년”이라고 밝혔다. 총칙과 각론을 만들고 교과서를 개발하고 초·중·고에 새 과정을 도입하려면 7년은 걸린다는 뜻이다. 또 “한꺼번에 전면개정을 하더라도 (개정 주기가) 5년 이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3. 개정할 땐 근거가 있어야 한다

2007 교육과정은 참여정부 임기 1년을 남겨두고 고시됐다. 다음 정권 출범 이듬해인 2009년 초등 1, 2학년을 시작으로 2013년 고3까지 연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07 교육과정이 학교에 처음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2009년에 또다른 교육과정 개정을 밀어붙였다. 교육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교 공통교육과정을 폐지하고 선택교육과정을 전면화했다. 하지만 이전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와 검증, 현장 적합성에 대한 검토도 없이 졸속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교과 선택권으로 문·이과 칸막이만 높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는 이 부작용을 개선하려고 다시 ‘문·이과 통합’을 표방한 2015 교육과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2009 교육과정 적용은 2016년이 돼야 고3까지 순차적인 확대가 끝난다. 박근혜 정부도 이명박 정부처럼 이전 교육과정이 다 시행되기도 전에 교육과정을 바꾸겠다고 발표해 버린 것이다. 더구나 ‘선택 극대화’와 ‘융합’이라는 철학이 다른 두 교육과정이 연거푸 도입되면서 학교 현장이 갈팡질팡할 공산이 크다.

중도 성향의 교육운동단체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이찬승 대표는 교육과정 개정 절차를 현대화·선진화하자고 촉구한다. 우선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교육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증거’를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하자는 제안이다. 이전 교육과정의 장단점을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없앨 것은 없애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자는 얘기다.

4. 밥그릇 싸움 안 되게 교원양성제도 바꾸자

우리나라의 초·중·고 교과 내용이 너무 어렵고 양이 과다한 만큼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 이를 ‘적정화’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적정화 문제가 특정 교과목에 적용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교육과정 공청회 때마다 모든 교과목 교사모임이 총출동하고 모학문 학회들까지 나서서 ‘수업 시수’를 더 달라고 촉구하는 모습은 교육과정 개정의 ‘클리셰’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교과 이기주의라고 부른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교육과정을 타당성 있게 짜려면 줄일 건 줄여야 하는데, 밥그릇이 없어지니 죽기 살기로 저항한다”며 “교육과정 개정과 교원양성 및 수급 제도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당국은 교육과정 변화에 맞춰 교원양성제도를 개선하지 않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령 교육 현장에 선택교육과정이 도입된 것은 7차 교육과정 때부터고, 2009 개정 때는 이를 전면화했다. 사회과목 가운데 학생들에게 사회, 지리, 역사, 윤리 등 선택권을 부여하면, 해당 과목 교사의 수요가 학교마다 해마다 달라지게 된다. 사회를 전공한 교사가 윤리를 가르친다거나 하는 ‘과목 상치’가 나타나고, 학교들은 이를 기간제 교사 채용의 빌미로 활용한다. 하지만 7차 교육과정 고시 이후 거의 2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교원양성제도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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