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1945, 희망 2045] 다시 교육부터
교육갈등 접점 찾기 ③
교육 전문가들의 제언
<한겨레>가 지난 8~9일 실시한 교육 설문조사(<한겨레> 3월16일치 1·4면)에서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학부모 10명 가운데 7명은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27.1%)보다 모두의 개성과 특성을 존중해 낙오자가 없도록 하는 교육(70.7%)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한다며 추진돼온 기존의 수월성 교육 정책이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최고 요리사·최고 의사 등 분야별 최고 지향 탁월성 교육을”
“소수 엘리트교육은 낙오자 양산 모든 학생 대상 수월성 교육을”
■ 수월성 교육 필요성 인정하자교육 전문가들은 수월성 교육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월성 교육 자체를 죄악시할 필요는 없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선 제대로 된 ‘1% 교육’은 필요하다. 다만, 수월성 교육을 빌미로 대다수 학생을 경쟁으로 내모는 것은 문제다. 김달효 동아대 교수(교육학)는 “그동안 수월성 교육이 학력을 중시하면서 잘하는 학생, 못하는 학생을 차별해 잘하는 학생에게만 좋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학력 자체를 간과할 수는 없다”고 했다.그동안 수월성 교육은 엄밀한 정의 없이 ‘소수를 위한 교육’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진보 진영에서 교육소외계층에게도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형평성’ 담론에 몰두해온 것은 수월성 교육에 대한 이러한 편협한 인식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하지만 저출산 시대, 이제는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제대로 된 ‘1% 교육’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박부권 동국대 교수(교육학)는 “최고를 추구하는 것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진보의 낡은 관념도 버려야 한다”며 “모든 분야에서 최고를 겨냥하는 탁월성 교육이 필요하다. 최고의 의사, 최고의 관료뿐만 아니라 최고의 요리사, 최고의 굴뚝 청소부를 키워내려면 모든 아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탁월성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이 대세수월성 교육을 소수의 엘리트 또는 영재 교육으로 축소하지 않고 ‘모든 아이를 위한 수월성 교육’(Excellence for all)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센터 소장을 지낸 바 있는 조석희 미국 세인트존스대 교수는 “수월성은 모든 아이에게 해당되는 개념이다. 각자 타고난 잠재력을 최대한도로 계발하게 만드는 교육이 수월성 교육”이라고 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논의 중인 ‘4·16 교육체제’가 채택한 ‘만인의 탁월성’(Excellence for all)이라는 기본 이념도 ‘모든 아이를 위한 수월성 교육’과 다르지 않다.민경찬 연세대 수학과 특임교수는 “수학의 경우, 그동안은 상위 1~3% 중심의 교육이었다. 이제는 나머지 99%도 포텐셜(잠재능력)이 있다고 보고 이 아이들도 거침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손지희 진보교육연구소 부소장은 “기존의 수월성 교육은 끼리끼리 모아놓는 격리 정책이었다. 대다수를 낙오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고 상위 1%의 인재를 기르는 방식으로서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했다.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