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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로 상상하는 20년 뒤 ‘미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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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레고를 이용해 20년 뒤의 미래 가족을 조합하고 있다.

‘소셜픽션’ 레고로 만들어 본 미래는?

“혈연으로 연결되는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탄생한다. 친구, 동성, 다양한세대가 같이 사는 여러가지 형태의 가족이 생긴다.”

지난 21일 홍대 앞에서 ‘동그라미재단이 후원하고 사회혁신공간 데어가 주최하는 오픈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년 뒤의 가족을 레고로 만들어보는 ‘소셜 픽션’(Social Fiction) 행사가 열렸다. 소셜픽션은 특정한 주제나 공간과 관련해 어떤 제약 조건 없이 이상적인 미래를 그리는 것이다. 행사에 사용된 레고는 1999년에 비즈니스 컨설턴트와 심리학자들이 ‘상품의 개발 및 효과적인 기업 전략,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LEGO Serious Play)다.

미래의 가족을 상상하기 위해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참가자 26명이 모였다. 이들은 대부분 레고를 처음 사용했다. 작은 봉투에 담긴 레고를 받아들자 약간 긴장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퍼실리테이터(워크샵 및 회의 등에서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도록 도구와 기법을 활용하여 중립적인 태도로 진행과정을 돕는 진행자)가 1분 동안 블록 3개를 이용해 자신이 만들고 싶은 무언가를 만들어 보라고 했다. 참가자들은 초록색, 흰색, 검은색, 빨간색 등 다양한 블록으로 악어, 발전기, 살고 싶은 집, 일본 귀신, 청소기 등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조합했다. 실물과 비슷한 것도 있었지만 어떤 조합은 색깔로만 구분이 가능했다. 각자 만든 레고를 들고 설명하면 그때서야 ‘아 그런 의미였구나’하고 이해를 하기도 했다. 때로는 만든 사람도 생각하지 못한 의미를 다른 사람들이 설명하기도 했다.

‘질문하기 → 만들기 → 공유하기 → 반영하기’ 과정을 반복하면서 단계가 심화됐다. 레고로 자기 소개를 하고 지금의 가족을 만들었다. 단계가 거듭되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도 복잡해졌다. 악몽 같았던 가족관계를 레고로 만드는 단계에 이르자 모두 솔직해졌다. 군 복무 기간 여자친구에게 차인 순간, 서로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라서 부부관계가 멀어졌던 일,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 직전까지 갔던 상황,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는 나, 결혼 이후에도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어머니 등등.

군대에서 여자친구에게 차인 적이 있다. 2년 사귄 여자친구인데 내가 군대 있을 동안 여자 친구 집의 경제적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다. 여자친구는 나와 대화하기를 원했고 군대에 있는 나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결국은 헤어지게 됐다. 용이(가명) 수영강사

다음 단계로 20년 뒤 가족의 모습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이 상상하는 가족은 한쌍의 남녀가 결혼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많이 벗어났다. 동성 2~3명이 가족을 이루기도 한다. 결혼도 한번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번 할 수도 있다. 배우자가 한명이 아닐 수도 있다. 집을 지키고 아이를 키우는 남편, 경제활동을 같이 하는 아내 등 다양한 형태의 관계가 형성된다. 혈연으로 엮이는 관계가 가족이 아니라 밥을 함께 먹고 변기를 같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가족 구성원이다. 육아는 국가가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마을공동체나 사회공동체에서 공동으로 책임지는 방식으로 변한다. 공동육아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피로 이어진 부모뿐 아니라 ‘사회관계적 부모’가 탄생하게 된다.

결혼이라는게 남녀 성인 둘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남자 셋, 여자 둘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는게 미래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하나, 둘, 셋으로 구성된 여러가족이 모여서 큰 가족이 될 수도 있다. 큰 가족이 모여서 하나의 정원과 대문을 공유할 수도 있다. 이수연 서울시 사회적경제과
부부관계가 배우자가 한명으로 평생 이어지는 게 아니라 . 집을 지켜주는 남편, 경제적인 부분을 같이 하는 남편, 아이를 함께 키우는 남편 등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관계가 등장 할 것이다. 가족관계의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정순영

주거는 개인 공간이 극대화되는 방식으로 바뀐다. 어떤 형태의 가족이든지 국가가 최소한의 주거 공간을 지원한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집은 에스키모의 이글루처럼 작다. 이동이 가능한 주택이 나온다. 도심 속에서 살다가 집을 통째로 자연으로 옮겨 생활한다. 주거는 개인화되지만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공간들이 생긴다. 파편화된 구성원들이 공동체 공간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심리치료사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에스키모 이글루처럼 굉장히 작은 집들이 일반화 될 것 같다. 작은 집들이 떨어져 있되 완전히 개별적으로 살기는 어렵기에 가까운 거리에 모여 살지 않을까. 김병권 데어 상임이사
일인가구가 많아 질 듯 하다. 동시에 마치 그물처럼 공유공간 속에 연결되었으면 한다. 도시의 삶도 좋지만 숲과 나무가 있는 야외에서도 생활할 수 있도록 집이 이동 할 수 있다. 김현진 동그라미재단

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니다. 또 허례허식은 사라지고 맘이 맞는 사람끼리 바로 동거를 하는 모습도 흔하다.

가족이 처음 탄생할려면 결혼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는 허례허식이 많은 것 같다. 서로 마음에 들면 간단하게 예식을 치른다. 사실혼이 제도적으로 확립 되었으면 한다. 가운데 아이들은 공동육아를 한다. 각자가 원하는 생활 방식이 있으면 생활을 따로 해도 된다. 수목장,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방식으로 토지 문제도 해결하고 자연친화적으로 장례문화가 바뀌었으면 한다.

연금제도가 정비돼 더이상 돈 걱정을 하지 않고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재혼과 다혼이 일반화돼 독거노인들이 서로 의지하며 여생을 보낸다. ‘실버 집밥 모임’을 활성화해 독거노인들의 고독사를 방지한다.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래에는 서로 집과 재원을 공유하는 가정이 늘어 날 것이다. 아직 전통적인 소유에 대한 개념이 변하지 않아서 공유경제를 실현하기 힘들다. 그래서 재화들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게 만들었다. 김종현 행복중심 생협 이사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가족을 소개하는 시간이 지난 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블록들을 하나씩 모아서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생각하는 미래의 가족을 만들었다. 서로 중요하게 여기는 블록과 생각은 달랐지만 3시간 넘게 가족을 레고로 만들고 발표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됐다. 합의하는 과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어린이의 놀이로만 알고 있던 레고를 통해 ‘새로운 가족 이야기’가 탄생했다.

결혼율이 낮아지고 일인가족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고독사의 증가가 문제가 된다. 가족들의 형태가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도 있지만 친구, 동성끼리도 가족을 구성하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등장 할 것이다. 집안 일을 돕는 로봇들도 애완견과 같이 가족에 들어간다. 개인의 사생활이 존중된다. 혈연으로 연결되는 전통적인 가족이 아니라 식사, 변기를 같이 쓰는 등 생활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가족이 된다. 밥을 함께 먹거나 문화생활을 같이 하는 공동체적인 공간도 나올 것 같다. 참여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블럭을 조합해서 만든 미래 가족의 모습1
지금보다 개인주의적 요소가 강화된 사회. 사적 공간의 자유를 의미한다. 중혼이나 난혼 3~4번 결혼도 당연시 받아 들여지는 사회. 부부간의 관계가 평등해지고 국가간의 경계가 옅어지면서 해외여행도 국내여행처럼 자유로워 질 것이다. 이 사회는 공동육아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아이가 어디서 자라는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자녀의 숫자가 많아도 부담이 되지 않는다. 집과 부동산이 잘 갖추어 있어서 주거에 대한 걱정이 없다. 공유경제 시스템이 지금보다는 잘 갖추어 있을 것이다. 죽은 사람을 같이 모여 추모하는 공동체적인 모습도 있을 것이다. 참여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블럭을 조합해서 만든 미래 가족의 모습2

사진ㆍ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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