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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첫 농사꾼 개미들의 땅속 활동 직접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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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의 ‘개미세계탐험전’을 찾은 한 가족이 주로 썩은 나무에 무리 지어 사는 가시개미가 활동하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국립생태원 개미세계탐험전
개미는 사람이 친숙하게 여기는 대표적인 곤충이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써온 ‘개미처럼 부지런하다’는 상투적 표현은 개미를 대하는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아는 것은 개미들의 다양한 모습의 극히 일부다. 작아서 그놈이 그놈 같아 보이지만 한국에 산다고 알려진 종만 150여종이고, 세계적으로 보고된 종은 1만1000종이 넘는다. 게다가 이들이 주로 머물며 활동하는 개미집은 대부분 땅속에 있어 사람이 볼 수 없다.

국립생태원이 지난 2일부터 충남 서천군 생태원 에코리움 기획전시관에서 열고 있는 ‘국제 개미연구 전시박람회’는 직접 보기 어려운 개미의 생태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한쪽 면이 뚫린 상자 여러 개를 투명 플라스틱 관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땅 밑 개미집을 재현하고 안에 개미들을 서식하게 해, 관람객이 땅속에 들어간 것처럼 개미집 속에서 벌어지는 개미의 활동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개미를 주제로 한 이런 형태의 본격적인 생태전시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이 전시를 기획한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은 “생태원은 식물원이나 동물원과 달리 생태전시를 해야 한다”며 “개미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전체 생태계 물질 순환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으리란 생각에 개원 이후 첫 생태 특별전을 개미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노예 사용에 공장식 분업까지
아는 듯하지만 모르는 개미 생태
땅속까지 재현한 전시로 엿본다
본격 개미 생태전시는 국내 처음
잎꾼개미 등 국외종도 전시 계획

국립생태원의 일본왕개미 생태전시관. 밖에서 들여다보이는 작은 상자 안에 개미들을 서식하게 하고, 각 상자를 투명한 관으로 이어 땅속 개미집을 재현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평생 개미를 연구해온 개미 전문가인 최 원장은 인간과 사는 모습이 가장 비슷한 동물로 개미를 꼽는다. 그는 “개미는 인간보다 훨씬 먼저 농경을 시작한 지구촌 최초의 농사꾼이고, 자동차공장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분업을 하고, 노동력이 부족하면 이웃 나라의 개미알들을 업어 와 부화시켜 노예로 부리는 등 인간이 해온 일들을 다 하는 동물”이라며 “유전적으로 인간과 가장 비슷한 것은 유전자의 99%를 공유하는 침팬지이지만 사는 모습이 가장 닮은 동물은 개미”라고 말했다.

국립생태원의 개미 생태전시는 ‘개미과학기지로 떠나는 개미세계탐험전’이라고 내걸린 또다른 전시 명칭에 걸맞게 일반적인 전시 방식과 달리 방문객이 개미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어 체험하는 방식으로 꾸며져 있다. 전시관 입구 안내 데스크에서 ‘짱구개미는 씨앗의 어느 부분을 먹을까?’와 같은 탐구 과제가 부여된 출입증을 받은 관람객들은 복도를 지나며 개미 연구에 큰 족적을 남긴 학자들을 소개받고, 분류실에서 개미의 종을 분류해보고, 개미수집실·행동관찰실·생태연구실 등을 거치며 과제의 답을 찾아나가게 된다.

현재 이 전시관에서 사육·전시되는 개미는 공원과 학교 운동장 등 생활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일본왕개미, 해발 600m 이상 산지에 많이 사는 한국홍가슴개미, 땅 밑으로 최대 3m까지 내려가는 집을 짓고 살며 땅 위로는 봄가을에만 잠시 올라와 활동하는 짱구개미, ‘노예 만드는 개미’(slavemaker ant)라는 영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른 개미들의 알을 훔쳐다 부화시켜 노예로 부리는 대표적 개미인 분개미 등 국내산 개미 8종이다. 이밖에 흰개미 1종과 벌 2종도 전시된다. 흰개미는 모양과 생태가 개미와 비슷하지만 개미가 아니고 분류학상 바퀴벌레와 더 가까운 동물이다.

등에 갈고리 모양 돌기를 지닌 가시개미. 국립생태원 제공
노예를 부리는 대표적 개미인 분개미. 국립생태원 제공
국립생태원은 이르면 6월 중에는 현존하는 개미 종 가운데 가장 큰 동남아시아 원산의 기가스왕개미와 꿀단지개미, 베짜기개미, 잎꾼개미 등 외국산 개미들도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한 일개미, 수컷 개미 등의 군체 단위로 도입해 전시할 계획이다. 이들 개미는 특히 독특한 생태 습성을 지니고 있어 관람객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건조한 사막지역에 사는 꿀단지개미는 개미사회 협동의 기초가 되는 자기희생의 극치를 보여주는 개미다. 이 개미는 땅속 개미집 천장에 스스로 매달린 뒤 동료 일개미들이 구해 오는 꿀을 받아 몸 크기의 최대 100배까지 늘어나는 자신의 뱃속에 저장했다가 먹이가 부족할 때 게워내 동료들이 먹게 한다.

서로 허리를 물고 나뭇잎을 잡아당기는 베짜기개미들. 숀 호일런드, 그레그 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개미집 천장에 매달린 꿀단지개미들. 숀 호일런드, 그레그 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코스타리카에서 들여올 예정인 잎꾼개미는 분업을 통해 식물의 잎을 도려내 개미집으로 가져온 뒤, 잘게 조각내 죽처럼 만들어 버섯을 재배해서 먹는 농사꾼 개미다. 베짜기개미는 애벌레가 만들어내는 실로 마치 베 짜기를 하듯이, 나무 위에서 나뭇잎들을 연결해 둥지를 지어 사는 것이 특징이다. 유전자 분석법 등을 이용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잎꾼개미는 5000만년 전부터 버섯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국산 개미 도입은 외부 유출을 막을 수 있도록 밀봉된 사육시설과 관리능력 등을 검토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현장 실사를 거쳐야 한다. 전시관 외부로 빠져나갈 경우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최 원장은 “번식을 하려면 여왕개미가 빠져나가 정착해야 하는데 우리가 들여올 열대의 여왕개미들은 한국의 겨울을 날 수 없고, 일개미는 아무리 많이 기어 나가도 다음 세대를 만들 수 없어 황소개구리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생태원의 이번 개미 전시박람회는 2년간 이어질 예정이다.

서천/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위 내용은 2015년 4월 7일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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