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김리리 글, 한지예 그림/다림 펴냄(2003년)아이들과 씨름하다 지치면 누구 때문에 내가 팔뚝이 굵어지고 버럭버럭 화를 잘 내는 아줌마가 되었냐며 신세한탄을 할 때가 있다. 그러다가도 뭔가 실수를 하거나 핑곗거리가 필요하면 슬그머니 아이를 끌어들여 모면을 하려 든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가 두 얼굴을 갖고 있다는 걸 모르지만 조금만 커도 속내를 훤히 알아버린다. 때때로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엄마의 부끄러운 단면을 그대로 담아낸 동화가 김리리의 <엄마는 거짓말쟁이>다. 책을 읽으며 “또 날 팔았어?”라는 질책을 자주 듣는 내 모습이 떠올라 찔끔했다.초등학교 저학년 무렵 읽는 챕터 북이라는 장르가 있다. 한 권 분량의 동화가 5~8개의 장으로 쪼개져 있어 챕터 북이라고 부른다. 장편을 한 호흡으로 읽어내기에는 아직 부담스러운 어린이들이 짧은 챕터 단위로 책을 읽을 수 있어 편하다. 모험, 추리, 판타지 등 분야는 다양하지만 동일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연작 형태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읽기 훈련에 도움이 되도록 이끈다. 국내에도 소개되어 인기를 끈 ‘마법의 시간여행’이나 ‘엽기 과학자 프래니’ 시리즈 등이 모두 이런 책들이다.국내에서는 김영진의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같은 그림책이나 심윤경의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 같은 저학년 동화가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 이 분야의 개척자는 김리리가 아닌가 싶다. ‘이슬비’ 시리즈(전 5권)를 통해 주인공인 이슬비와 가족 그리고 친구들이 벌이는 유쾌한 일상의 이야기를 일찌감치 연작 형태로 선보였다. 2003년 시리즈의 첫 권인 <엄마는 거짓말쟁이>가 출간되었으니 이 동화를 읽고 자란 어린이는 지금쯤 대학생이 되고도 남을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다시 읽어도 여전히 웃음이 쿡쿡 날 만큼 재미있고 특히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인, 그래서 늘 후회하는 말괄량이 ‘이슬비’라는 잊을 수 없는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엄마는 거짓말쟁이>를 비롯한 시리즈는, 소심하지만 평범하고 때로 욕심을 부리고 실수를 하는 슬비와 가족 그리고 친구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슬비는 혼이 나도 이내 명랑해지는 낙천적 성격에 남자아이들과 딱지치기를 해도 결코 지지 않는 씩씩한 아이다. 할 말도 못 하는 착하기만 한 아이는 더더욱 아니다. 옷을 차려입고 계속 예쁘냐고 묻는 엄마에게 “좀 이상해. 그리고 오늘은 더 뚱뚱해 보여”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아이가 슬비다. 엄마도 만만치 않다. 교통 위반을 했다가 경찰관에게 딱 걸리자 “우리 애가 많이 아파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라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잊어 놓고는 “슬비가 전하는 걸 깜박했나 봐요” 하고 어물쩍 넘기고, 상장을 타오라며 슬비의 숙제를 대신 하는 못 말리는 우리들의 엄마다. 동화는 이처럼 적당히 이기적이고 소심한 부모의 모습과 이를 따라 하지만 또 자기 식대로 극복해가는 슬비의 긍정적인 모습을 담아냈다. 동화의 재미는 이런 현실성으로부터 나온다.어린 시절 어떤 책에 푹 빠져 지내본 경험은 훗날 책을 가까이하는 데 꼭 필요한 독서 체험이다. 이제 막 읽기를 시작한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게 공감과 재미를 안겨 줄 책이다. 초등 1~2학년.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