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박하의 잎. 화분 흙 표면에 0.1g의 담뱃가루를 살포하고 거름종이로 표면을 밀폐한 뒤 그 위로 물을 준 뒤 9일이 지났는데 기존보다 니코틴의 양이 5배나 늘었다.
물바람숲
공기 속 오염물질을 흡수하는 능력이 있는 식물을 집안에 널리 기른다. 같은 방식으로 담배 연기에 들어 있는 니코틴을 식물이 흡수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다. 실제로 독일 연구자들이 온실에서 서양박하에 담배 11개비에서 뿜어낸 연기를 노출했더니 하루 뒤 허용량의 1000배가 넘는 니코틴이 잎에서 검출됐다. 식물도 간접흡연을 겪는 것이다.식물이 폐암에 걸릴 리 없고 별다른 피해를 입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니코틴이 꿀벌, 사람 등 생태계에 퍼져나갔을 때 끼칠 악영향이 문제가 된다. 유럽연합은 2009년 불확실성이 있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니코틴이 들어간 모든 살충제의 사용을 금지했다. 최근 두드러진 꿀벌 집단의 붕괴 배후에 니코틴 계열의 살충제가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니코틴 성분은 꿀벌에 강한 잔류독성을 나타낸다.그런데 유럽 각국이 식품을 조사했더니 니코틴이 향료, 허브차, 약재 등에서 고농도로 검출됐다. 처음엔 니코틴 농약의 불법 사용을 의심했지만 철저히 관리된 곳에서도 니코틴이 나왔다. 디르크 젤마어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공대 식물학자 등은 니코틴이 담배 연기와 오염된 토양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고 실험에 나섰다.실험 결과는 과학저널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농학> 최근호에 실렸다. 실험에 쓸 서양박하의 잎은 니코틴에 노출되기 전에 이미 0.03ppm(ppm은 100만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의 니코틴 함량을 보였다. 화분 흙 표면에 0.1g의 담뱃가루를 살포하고 거름종이로 표면을 밀폐한 뒤 그 위로 물을 주는 식으로 9일이 지난 뒤 잎 속 니코틴 함량은 0.15ppm으로 5배 늘었다. 또 담배 1g을 뿌린 실험에서는 처음보다 무려 5만배인 1500ppm의 니코틴이 검출됐다. 뿌리로 흡수한 니코틴은 잎으로 옮겨져 그곳에서 대사를 통해 분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대사 과정을 통해 식물체 내 니코틴은 일주일 뒤 처음의 3분의 1로 줄었다.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디르크 젤마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