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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빠처럼…아이 돌보는 ‘슈퍼맨’ 늘었지만 ‘새발의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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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아빠 육아 휴직’
아빠.JPG» 아기를 돌보는 아빠. 강창광 기자
작년보다 56% 증가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4.5%뿐
소득 감소·승진 누락 걱정에 주저
부서장에게 인사고과 가점 주는 등
조직 문화 바꾸고 정책 지원 늘려야
올해 1분기 육아휴직을 간 아빠가 지난해보다 5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머물러 ‘아빠 육아휴직’ 지원 대책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용노동부는 16일 “올해 1분기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8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64명에서 55.9%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여성을 포함한 전체 육아휴직자 수도 1만6180명에서 1만9743명으로 22.0% 늘었다.

고용부는 “‘육아는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바뀌는 등 사회 인식의 변화에 힘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1년 아빠도 육아휴직을 갈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 뒤 지난해 10월부터는 엄마·아빠 가운데 두번째로 육아휴직을 가는 이한테 첫달 육아휴직 급여로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원)까지 주는 ‘아빠의 달’ 제도가 시행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연간 남성 육아휴직자는 2010년 819명에서 지난해 3421명으로 꾸준히 느는 추세다. 하지만 지난해 육아휴직자 7만6833명 가운데 남성 비중은 4.5%뿐이다.

왜 남성 노동자는 육아휴직을 가기 힘든 걸까? 국내 한 정보기술(IT) 대기업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정아무개(38) 과장은 “네살·여섯살 딸이 있는데 육아휴직은 쓸 생각을 못해요. 회사가 육아휴직에 색안경을 끼고 보진 않아요. 하지만 요즘 사내에서 성과를 많이 얘기하는데,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경력 단절이 생기고 성과 경쟁에서도 뒤쳐집니다. 결국 인사평가를 낮게 받고 승진도 어려워져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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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남성 육아휴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육아휴직 여부를 결정할 때 남성이 가장 많이 걱정한 건 소득 감소(41.9%)다. ‘승진 등 직장 내 경쟁력 저하’(19.4%), 동료의 업무 부담(13.4%) 등이 뒤를 이었다.

남성 육아휴직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인 소득 감소 걱정에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한 임금 구조가 큰 구실을 한다. 여성 노동자의 임금이 남성의 67% 수준이라 아빠가 육아휴직을 가면 가정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성별 임금 차별의 모순을 해소하는 동시에 아빠든 엄마든 육아휴직을 갈 때 통상임금의 40%(100만원 한도)만 주는 현재의 육아휴직 급여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자랑하는 스웨덴은 육아휴직 때 이전 급여의 80%를 보전해준다.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올해 1분기 남성 육아휴직자 879명 가운데 54.3%가 300명 이상 사업장 소속이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300명 이상 사업장 소속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분의 1에 불과한데도 육아휴직자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중소기업에서 일하거나 비정규직인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은 가물에 콩 나 듯하는 셈이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성 육아휴직을 늘리려면 육아휴직자가 나온 부서나 부서장한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육아휴직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투자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짚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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