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휴먼어린이 제공
주인 무덤에 들어가야했던 송현이
호랑이 쳐죽인 최루백의 딸 순강이
어린이들이 주인공인 미시적 한국사
호랑이 쳐죽인 최루백의 딸 순강이
어린이들이 주인공인 미시적 한국사
역사교육연구소 지음, 이경석 그림
휴먼어린이·1만7000원어린이날이 다가온다. 무슨 선물을 해줄까, 어떻게 즐겁게 보낼까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이참에 옛날 어린이들은 어떻게 살았나 아이와 함께 살펴보는 건 어떨지.어린이를 위한 한국사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출간된 <어린이들의 한국사>가 눈에 띈다. 허다한 역사서에서 존재하지 않았거나 소품으로만 등장했던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갔는지를 조망하는 미시사적 접근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린이들의 삶과 꿈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 자체가 역사”(‘들어가는 글’ 중)임을 알려주는 책이다.눈이 크고 목이 길었던 예쁜 소녀 송현이는 가야 귀족의 집에서 일하던 하녀였다. 아침부터 밤까지 무릎이 닳도록 넓디넓은 마루를 열심히 닦고 나물을 캐고 밥상을 차리다가 열여섯의 나이에 주인의 무덤에 함께 들어가야 하는 슬픈 운명을 맞이했다. 송현이는 경남 창녕 송현동 무덤에서 발견된 유골에 붙여진 이름이다. 유골의 상태와 가야의 문화와 풍속을 통해 유추한 송현이의 삶이다. 고려 소녀 순강이는 아버지를 잡아먹은 호랑이를 찾아내 도끼로 쳐죽인 효자 최루백의 딸로 태어났다. 쪼들리는 살림이었지만 금슬 좋은 부모님 밑에서 평화롭게 자라났다. 스님 되는 게 최고의 명예였던 시대에 넷째 오빠는 스님이 되었고, 조선시대와 달리 아들딸이 공평하게 재산을 물려받은 덕에 귀족이었던 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1928년 상하이에서 독립운동가 김가진 선생의 손자로 태어난 자동이의 성장 과정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다. 훗날 기자, 번역가로 활동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사업회를 만든 김자동 할아버지다.이처럼 책은 아이들의 삶을 통해 시대적인 맥락을 짚는다. 염천교 밑 천막촌에서 살던 태일이(전태일)의 힘겨웠던 삶을 통해 70년대 노동운동사가 펼쳐진다. 등장하는 아이들 중 3분의 2가 실존 인물로, 역사교육연구소가 3년 동안 사료 속에서 찾아내 재구성했다.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뿐 아니라 임금님이 하사한 귤을 먼저 받겠다고 싸움이 났던 성균관 유생들, 주사위 놀이처럼 놀면서 관직 이름을 외우던 승경도놀이 등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아이들의 에피소드도 곳곳에 담겨 있다.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만화가인 이경석 작가의 명랑만화 스타일 삽화도 재미나다.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