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하고 나하고 반딧불이 보러 가요
양상용 글·그림
보리·각 권 1만5000원벚꽃의 분홍 세상이 지자, 아카시아꽃이 활짝 핀 하얀 세상이다. 연두는 오늘도 엄마랑 아빠랑 집을 나선다. “꼭 포도송이 같네.” “아카시아 꽃도 포도송이처럼 먹을 수 있어.” 연두 말을 이어받은 아빠 말에 맑은 눈은 더욱 동그래진다. 아빠가 후두두둑 입으로 훑어 먹어 보이자, 연두도 따라 해본다. 꽃내음보다 싱그럽고 달큼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엄마는 아카시아 잎자루로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말아준다. 어릴 적 자연에서 놀아본 어른이라면 따사로운 추억에 삿된 마음이 사그라들 것이다.‘이야기 생태 세밀화 도감’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이 그림책은 학습으로 접근하는 자연관찰책과는 결이 다르다. 화가 아빠 양상용 작가가 딸과 함께 산과 들, 강으로 다니며 나누는 이야기를 아름다운 그림으로 담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생태 정보로 자연스럽게 녹아 수묵화로 스며들었다. 자연에서 함께 관찰한 풀이나 새, 물고기, 철 따라 바뀌는 자연의 풍경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신뢰감을 준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짙은 서정미가 뿜어져 나온다. 다 보고 나면, 무심코 지나쳤던 아파트 화단에서 발갛게 익어가는 앵두나 오랜 주택가 뽕나무에 달린 까만 오디가 눈에 들어올지 모른다. 자연체험마저 상품화된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주변부터 둘러보자. 7살부터 초등 저학년.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