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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여름편이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본사에 내걸렸다. 이번 글귀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 ‘질문의 책’에서 가져왔다. 아빠와 아이가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교보생명 제공 |
‘프렌디 직원’ 만들기 나선 기업들
어린이날 축제 열고, 주말농장 분양, 국외현장 가족방문, 레고교육까지기업 가족친화 노력, 경영에도 도움, 수익성과 안정성 등 실적 개선 효과#1 권성환 삼성디스플레이 차장은 어린이날 아들 민준이를 데리고 놀이공원 대신 회사를 찾았다. 이날은 회사에 놀거리가 더 많기 때문이었다. 권 차장은 “아이가 어린이날 인파로 북적대는 놀이공원에 가는 것보다 마술쇼 등 회사 행사에 참여하는 걸 훨씬 더 즐거워한다”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권씨 같은 ‘프렌디’(친구 같은 아빠)를 지원하기 위해 매해 어린이날 축제를 열 뿐만 아니라, 아산사업장 근처 주말농장도 임직원 가족에게 분양했다. 이 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가족친화경영에 대한 직원의 만족도가 높다. 6월에는 가족캠핑 행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2 두산중공업의 국외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5월이 아닌 방학을 기다린다. 두산중공업이 2011년 도입한 ‘국외 현장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 보내기’ 프로그램에 따라 방학 때 아이를 만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가족은 아버지가 일하는 국외 현장을 방문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 체험도 할 수 있다. 2011년 열아홉 가족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모두 50여 가족이 현장 방문 기회를 얻었다. 김명우 두산중공업 관리부문장은 “회사의 경쟁력은 사람이며, 임직원이 업무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가정의 달’ 5월이 바삐 지나갔다. 회사에 다니는 남녀 직장인은 일은 일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챙겨야 할 때였다.기업도 가정의 달에 할 일이 많아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4일 회사의 창의놀이방인 ‘포레카’에 어린이와 부모를 초청해 ‘어린이 레고 교육’을 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사원들의 고민을 해결해줬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직원의 안정적인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가족친화경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의 4조2교대제 도입이나 현대자동차의 밤샘노동 폐지 역시 노동자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어 가족친화경영의 범주에 속한다.최근엔 이런 기업의 노력이 회사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논문도 나왔다. 이홍식 고려대 교수(경제학)가 지난달 30일 여성가족부가 마련한 ‘가족친화 직장문화 만들기’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가족친화경영을 한다고 인증받은’ 기업이 비인증 기업에 견줘 수익성과 안정성 등에서 꾸준히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족친화경영을 토대로 다각적인 경영성과 분석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분석 결과를 보면, 가족친화 인증을 받은 기업의 2010년 영업이익률(평균 22.45%)이 다른 기업의 평균(17.6%)을 넘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자기자본비율과 부채비율 역시 인증 기업의 개선 속도가 비인증 기업보다 월등히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지’ 계량모델에 넣어 분석한 결과에선, 가족친화 인증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비인증 기업보다 1.64~1.95%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이홍식 교수는 “(경영실태조사 분석이) 가족친화경영과 기업의 성과 사이에 존재하는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족친화경영을 유도하는) 인증제도가 기업의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업은 가족친화적인 경영을 비용이 아닌 투자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현재 국내 가족친화 인증 기업은 141곳에 불과하다. 지난달 여성가족부는 금융위원회와 함께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가족친화 인증기업 관련 정보를 한국거래소 자율공시 항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