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토토북 제공
제인 구달 글, 알렉산더 라이히슈타인 그림
최재천·김목영 옮김/토토북·1만1000원옛날 옛적 자기가 가장 높이 날 수 있다고 다투던 숲속의 새들이 높이 날기 시합을 하기로 했다. 힘차게 날아오르던 새들은 지치거나 배가 고파서 하나둘 내려오기 시작했다. 1등을 장담하던 종달새와 비둘기까지 내려오자 단 한마리의 독수리만이 하늘에 남았다. “내가 이길 줄 알았어.” 어라? 그런데 독수리만 남은 게 아니었다. 독수리의 두툼한 깃털이 꼼지락꼼지락하더니 작은 굴뚝새가 그 속에서 쏙 튀어나왔다. 굴뚝새는 힘차게 비행을 시작했지만 기운이 다 빠져버린 독수리는 더 이상 오를 수가 없었다. 독수리가 굴뚝새에게 물었다. “어찌 그렇게 날 수 있니?” 굴뚝새가 대답했다. “네가 여기까지 데려다줬잖아. (…) 이번 시합에서는 네가 이겼어.”경쟁에서 시작해 협력으로 끝나는 이 이야기를 쓴 작가는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이다.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들었던 옛날이야기 중 좋았던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 이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는 더불어 사는 삶이다. 책을 번역한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의 말마따나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까마득하게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이 궁금했던 굴뚝새는 독수리의 도움을 받아 간절하게 꿈꾸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개체와 개체가 공존하고 협력할 때 세상의 균형, 즉 생태계가 완성된다. 이런 옛날이야기는 꼬마 제인 구달이 생태학자로 성장하는 데 자양분이 됐을 터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경쟁의 세계에 내몰리는 아이들과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몰아세우는 부모들을 붙잡아 줄 만한 그림책이다. 5~7살.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