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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밖 학교에서 ‘오만가지 꿈’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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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대야미 오만가지 꿈의 학교
21일 오후 경기 군포시 산본동 수리산산림욕장에서 열린 ‘군포 대야미 오만가지 즐거운 꿈의 학교’ 생태교실 수업에서 초등학생들이 손수건에 나뭇잎 물들이기 수업을 하고 있다.
21일 오후 경기 군포시 산본동 수리산산림욕장에서 열린 ‘군포 대야미 오만가지 즐거운 꿈의 학교’ 생태교실 수업에서 초등학생들이 손수건에 나뭇잎 물들이기 수업을 하고 있다.
“겨울이 되면 뻐꾸기 엄마가 힘드니까 뱁새한테 ‘미안하지만 내 아기를 부탁해’라며 알을 뱁새 둥지에 넣어요.” “뱁새가 누구예요?” “붉은머리오목눈이라고, 토종 참새보다 작은 우리 나라 텃새죠.”

지난 21일 경기 군포시 산본동 수리산산림욕장에서 10명의 아이들이 귀를 쫑긋 세운 채 ‘숲속 생태교실’의 강사인 김일매(52·‘군포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씨가 풀어놓는 뻐꾸기와 뱁새 이야기에 열중했다. “뻐꾸기가 아기에게 ‘너는 뻐꾸기인 것을 잊지 마’라고 하면 아기 뻐꾸기는 뭐라고 할까요”라고 묻자 아이들은“뻐꾹, 뻐꾹”이라고 대답했다.

공작소·별밤지기·야구·생태교실…
250여 초·중·고생 주중·주말 참여
“학교 안에서 할 수 없는 것을
부모인 우리가 주면 좋을 것 같아”
‘꿈의 학교’ 선정돼 주민 꿈도 실현

‘숲속 생태교실’은 이날 오후 3시 숲길을 따라 꽃 이름 알아맞히기로 시작됐다. 이 교실은 경기도교육청이 선정한 꿈의 학교인 ‘군포 대야미 오만가지 즐거운 꿈의 학교’의 ‘오만가지 수업’ 중 하나다. 생태교실은 초등학교 1~4학년생 10명씩 보리수반과 참나무반으로 나뉘어 격주로 2시간씩 수리산산림욕장에서 이뤄진다.

‘대야미 오만가지 즐거운 꿈의 학교’는 주중에는 생태교실 외에 꿈을 찾아가는 공작소, 수리산 별밤지기 교실을 연다. 주말에는 중고생이 참여하는 청소년협동조합 유스쿱과 꿈을 굴리는 자전거 교실, 대야미 야구클럽을 연다. 방학 중 이뤄지는 계절형 꿈의 학교에서는 정글의 법칙 에너지 학교와 청소년 예술학교를 진행한다. 여기에는 모두 250여명 가까운 초·중·고교생이 참여하고 있다.

뻐꾸기와 뱁새 이야기가 끝나자 간식시간이다. 둔대초등학교 2학년 재혁이가 가방에서 꺼낸 빵을 내주며 “(1학년)동생들 많이 먹으라고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생태교실에서 드물게 2학년인 재혁이는 “2학년이 되면 할 일이 많아서 못 와요”라고 했다. “갑자기 공부가 (수준이) 높아져요. 그래서 다들 학원 가요”라고 말했다.

수업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이 ‘뻐꾸기와 뱁새’의 이야기를 담은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수업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이 ‘뻐꾸기와 뱁새’의 이야기를 담은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학부모 이유경씨는 “아이들이 개성적이고 자유롭게 자랐으면 좋겠다. 동물생태도 궁금했고 이곳에 오면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왜 학교 이름이 오만가지일까? ‘대야미마을협동조합’ 구영희(51) 이사장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는 한계가 많다. 그 제약을 풀어서 교육을 하자. 그런데 어디까지가 경계인지 각자 다르겠지만, 학교 안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부모인 우리가 창의적으로 구상해서 아이들한테 마음껏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지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초 시작한 학교 밖 학교인 ‘꿈의 학교’ 공모사업에 오만가지 학교가 선정되면서 이러한 주민들의 꿈도 현실화됐다. 주민들이 이런 꿈을 꾼 것은 수년 전부터다. 산본새도시에서 자동차로 불과 10분 거리인 대야미마을은 도심 속에 자연을 갖춘 도농복합지역이다. 혁신 초등학교와 일반 학교 외에도 대안학교, 공동육아와 홈스쿨링까지 주민들의 교육에 대한 다양하고 높은 관심이 응축된 곳이다. ‘둔대초등학교를 사랑하는 아빠들의 모임’(둔사모)이 지난해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 공모사업에 선정된 뒤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의 저녁 반찬을 마련하던 것이 주민 공동체인 ‘마을 밥상’으로 커졌다.

2013년 말에는 ‘대야미마을협동조합’도 탄생했다. 매달 1만원에서 10만원을 내는 자발적 회원 80여명으로 꾸려진 협동조합은 올해 초 꿈의 학교와 함께 ‘대야미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었다. 오만가지 꿈의 학교 강선영 교장은 “우리가 하던 것에 조금 보태면 더 잘할 수 있겠다 여겼고, 마을 공동체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꿈의 학교를 만든 주민들은 다양한 형태로 참여한다. 야구 강사나 별밤지기 강사로, 또는 주민 김일매씨처럼 숲속 생태교실 강사로 나서거나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아이들은 그런 부모들을 삼촌 또는 이모라 부르며 따른다.

대야미마을에서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는 이천화(45)씨는 초등학생 두 자녀를 꿈의 학교에 보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소스만 주면 아이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또래들하고 어울려서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짜고 행동하면서 평가도 해요. 그것을 통해 자기 성장도 하고 상상력도 키워갔으면 해요.”

군포/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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