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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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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강하고 아빠는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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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있다보면 아이의 요구를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할까를 잠시 고민할 때가 있다.

뭐라고 지적하기 귀찮을 때도 있고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넘어갈 때도 있는데

사건은 잠시간의 고민과 함께 시작되었다.

 

우리는 밤에 열리는 공연을 볼 생각으로 문을 나섰다.

시원한 캠핑장에서 밴드 공연을 볼 생각을 하니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상황,

아빠는 ‘토끼 보러 가자’로 뽀뇨에게 바람을 잡고 있었다.

뽀뇨도 기분이 좋았는지 문앞에 대기중인 세발 자전거를 탔다.

 

“뽀뇨, 빵빵이 타고 토끼 보러 갈거에요.” 하니

“자전가 타고 토끼 보러 갈거에요”라며 되받아 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번쩍 안아서 엘리베이터로 튈 것인가

아니면 아주 조금만 지켜볼 것인가.

후자를 선택했는데 세발 자전거가 엘리베이트에 탔다.

 

‘그래, 세발 자전거를 가지고 차에 타지 뭐’하고 엘리베이트에서 내렸는데

아빠를 보는둥 마는 둥하며 전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선선한 시간인지라 놀이터에 놀고 있는 ‘친구 은수’에게 잠시 들렀다 가자며 멈추게 하려 했는데

 ‘토끼 보러 간다’며 결국 아파트 정문을 세발 자전거로 나섰다.

 

‘그래, 바람도 시원한데 아파트 바로 앞까지만 가지 뭐’하고 착한 아빠의 동행이 시작되었는데

신호등을 한번 지나고(여기서 한번 싸운다. 결과는 말 안해도 뻔하다)

골목길을 한번 가로질러서 수백여 미터를 갔다.

중간에 한 가게안의 아이에게 눈길을 한참 주고는 다시 정주행,

조금만 더 가면 동네 블록의 끝이 나온다.

 

<토끼보러 나섰는데 결국 동네를 이렇게 한바퀴 돌고있다. 아빠는 끌려가고..>

세발자전거뽀뇨1.jpg

 

여기서 또 한번의 대전을 예상했다.

가로지르기에는 조금 큰 도로.

지금 돌아간다면 진짜 토끼도 볼 수 있고 공연도 볼 수 있다.

아빠는 세발 자전거의 방향을 힘으로 돌려세웠고

뽀뇨는 울음을 무기로 밀어부쳤다.

길 가로지르기는 안된다는 선에게 약간의 타협, 동네 한바퀴로 합의에 이른것이다.

 

절대 되돌아 가지 않겠다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갈수도 없고 그럴 명분도 없다.

아이가 좋아하는데 아빠라면 함께 동행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동네 한바퀴라는 합의가 이뤄지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뽀뇨는 발로 신나게 페달을 저으며 속력을 내었다가

내리막길에는 발브레이크로 절묘하게 정지한다.

옆에서 마음 조리며 따르거니 앞서거니 하는데 4살 아이가 어떻게 이렇게 자전거를 잘 다루는지..

 

동네 블록을 사각으로 돌아서 집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다.

분명히 ‘조금 있다가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하겠지’ 했는데

역시나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자전거가 잠시 멈추었다.

한번도 내리지 않고 타다가 갑자기 서 있길래 가서 “왜 그래요?”하고 물었더니 “잠시 쉰다고”.

“그래, 잠시 쉬어요”하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그 자리에서 쉬를 했다.

기저귀를 안했는데..

 

축축한 바지를 입은 상태에서 또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쉬었다가 또 오르고 잠시 쉬었다가 또 오르고..

수백여 미터 오르막을 절대 내리지 않고 오르는 모습을 보고는

‘자전거가 정말 타고 싶었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아까 아빠가 고집피운 것에 대한 미안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4살 뽀뇨가 아빠 생각보다 강하구나, 30대 중반을 넘기고 있는 아빠가 딸아이의 고집에 생각보다 약하구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중간에 완강히 버티며 울음으로 맞서는 아이를 보며 청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러기를 잘 한듯하다.

 

오늘 또 하나 배운다.

 

<내 생각보다 아이는 훨씬 강했다. 그래서 많이 놀랐다는..>

*아래 사진을 누르시면 뽀뇨 세발 자전거 타기 영상을 보실수 있어요.

세발자전거뽀뇨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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