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이 학교에서 전학 간 학생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소형부탄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3시간 뒤 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XX중 테러‘라는 제목의 범행 장면으로 추정되는 두 개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유튜브 캡처 2015.09.01
‘자기과시형 모방 범죄’ 위험수위
교실서 부탄가스 터뜨린 중학생
미 총기난사 동영상 보며 댓글도
작년엔 고교생이 사제폭탄 던져
“분노조절장애 겪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분노표출 방법 알려줘야”
교실서 부탄가스 터뜨린 중학생
미 총기난사 동영상 보며 댓글도
작년엔 고교생이 사제폭탄 던져
“분노조절장애 겪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분노표출 방법 알려줘야”
서울 서초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ㅇ(15)군은 지난 1일 자신의 세번째 중학교가 될 한 대안학교에 출석해야 했다. ㅇ군은 출석하는 대신 서울 양천구 ㅇ중학교로 향했다. 2학년이던 지난해까지 다닌 첫 학교다. 체육 수업으로 학생들이 자리를 비운 3학년 교실에 들어간 ㅇ군은 부탄가스통에 불을 붙였다. ㅇ군은 이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ㅇ군은 부탄가스통이 터지고 혼란에 빠진 학생들의 모습까지 촬영한 뒤 이를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렸다. ㅇ군은 범행 직후 자신의 두번째 학교 담임교사에게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부탄가스를 터뜨렸다”고 털어놓았다. ㅇ군은 지난 6월 두번째 학교에서도 가연성 스프레이를 이용해 화장실에 방화하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자신이 다니던 학교 교실에 부탄가스통을 터뜨린 혐의(폭발성물건파열 등)로 2일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ㅇ군 사례를 두고, 범죄 전문가들은 유튜브 등을 통한 10대 청소년들의 ‘자기과시형 모방범죄’가 우려할 만한 수준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범행 당일 밤 경찰에 붙잡힌 ㅇ군의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ㅇ군을 조사하는 양천경찰서 임병숙 형사과장은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ㅇ군은 ‘그냥 다른 학생들과 지내기가 불편했다’ ‘미웠다’ ‘혼내주고 싶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실제 ㅇ군은 애초 두번째 학교에서 부탄가스통을 터뜨리려다 경비가 심하자 예전에 다닌 학교로 장소를 변경했다. 특정인에 대한 복수 의도는 없었던 셈이다. 임 과장은 “ㅇ군이 학생들을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범행을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ㅇ군은 경찰 조사에서 “유튜브 동영상 등을 통해 범행 수법을 습득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부탄가스통을 터뜨리거나 방향제 스프레이를 이용한 방화 방법 등을 유튜브에서 알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ㅇ군은 평소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여러 차례 보았다고 한다. 범행 한달 전에는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한국계 학생 조승희씨의 총기 난사 사건, 1999년 미 콜럼바인고교 총기 난사 사건 관련 동영상을 찾아보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ㅇ군이 자신의 범행 장면을 계획적으로 찍고 내레이션까지 넣어 자랑하듯 곧바로 유튜브에 올린 것도 이런 사건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김형중 부산외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빈 교실을 선택해 범행을 한 것으로 보아 아직까지 심각한 단계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다만 대형사고로 갈 뻔한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원만하지 못한 교우관계 속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로 생각한 조승희씨 사건에 공감했을 수 있다. 앞으로 이런 부류의 모방범죄에 제도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신성희 청소년상담센터 친구랑 센터장은 “최근 ‘학교에 불을 지르고 싶다’ ‘나를 괴롭히는 친구를 죽이고 싶다’며 극단적인 분노조절장애를 보이는 학생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ㅇ군의 경우 ‘왜 나만 자꾸 전학을 다녀야 하는가’에 대한 분노감정이 생겼을 수 있는데, 이 분노를 올바르게 표출하는 방법을 어른들이 도와줬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지난해 12월에도 한 ‘일베 고등학생’이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사제 폭탄을 던져 다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생도 인터넷 게시판에 자랑하듯 범행을 예고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신의 행동이 장난이 아닌 위험한 범죄임을 인지시키고 교육과 치료 등으로 해결이 어려운 경우에는 행동에 대한 법적 책임도 무겁게 지워야 한다”고 했다.김미향 오승훈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