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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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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아닌 중산층 사교육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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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5월23일치에 실린, ‘연 수업료·기숙사비 1500만원, 빈곤층엔 대안 없는 대안학교’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미인가 국제학교 6곳 가운데 5곳이 영어 몰입 교육을 하고 연간 수업료가 1000만원이 넘어 사실상 ‘귀족 학교’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교육부가 확인한 185개 미인가 대안학교의 평균 부담금도 연 6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나 역시 아이 학비로 연평균 600만원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기사 내용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몇 가지 설명하고 싶은 게 있다.


고액 학비를 내야 하는 귀족학교로 여겨지는 비인가 학교들은 기사에도 나와 있듯이 미인가 국제학교를 말한다. 이런 학교의 특징은 국제교육을 표방하며 외국인 교사들이 영어 몰입 교육을 한다는 점이다.


부유층 비인가 국제학교와는 달라


고액 과외와 유명 강사의 학원 강의로도 성에 차지 않는 부모들의 욕구는 이제 이런 비인가 국제학교로 몰리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해할 수 있다. 정작 국가가 인가한 국제중은 입학을 둘러싼 비리가 끝없이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국가에서 특정 부유층만을 위한 귀족학교를 버젓이 운영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돈 많은 부모들이 자신들만의 국제중을 찾아 자녀를 보내는 일만 나쁘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이런 국제학교들은 똑같은 미인가 학교지만 성적으로 줄 세우는 공교육을 거부하고 배움과 삶이 함께 자랄 수 있는 공동체를 꿈꾸며 시작한 일반 대안학교들과는 출발점도 목표도 완전히 다르다. 물론 일반 대안학교라도 적지 않은 학비가 드는 것은 사실이다. 연평균 600만원이라면 빈곤층은 쳐다볼 수도 없는 학교일 것이다. 그러니 여전히 대안학교는 돈 있는 아이들이 다니는 곳일까? 공교육이 정상화되어 있는 사회라면 대안교육에 들어가는 연 600만원의 돈은 큰돈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교육의 현실을 알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가구당 월평균 22만8000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서울 시민들은 가구당 월평균 58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물론 고소득층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일반 중산층 가정에서도 월평균 30만~40만원 정도의 사교육비를 쓰고 있다. 사교육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빈곤층은 공교육 안에서도 이미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은 중산층 가정의 평균 사교육비 정도를 학비로 내고 있을 뿐이다. 일반 부모들이 자녀들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그 돈을 쓴다면 대안학교 부모들은 아이와 같이 살고 싶어서,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교육 공동체에 투자한다.


‘다양한 학업 방식’ 인정해줄 필요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서 학원으로 아이를 돌리는 삶 대신 더 많이 뛰어놀고, 더 자유롭게 탐구하며 더 깊게 연대하며 사는 일상을 주고 싶어서 부모들은 다른 지출을 줄여가며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대안교육이 수행해온 많은 역할들이 아직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대안학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공교육이 해내지 못하는 일들을 담당해가며 이만큼 왔다.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경기도의 혁신학교는 대안학교의 장점들을 공교육 안에서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접근을 모색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지 않은가? 공교육도, 대안교육도 어느 한쪽만 정답은 아니다. 교육 선진국일수록 다양한 교육 공동체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을 인정한다. 각각의 장점으로 우리 교육 환경을 더 풍성하고 다양하게 이끄는 동반자로서 대안교육을 인정할 수 있는 사회적 시선이 필요하다. 공교육이건 대안교육이건 간에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배움을 중단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미인가 대안교육시설에 대한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는 교육부의 입장이 혹여나 대안교육의 자율성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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