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열이 높고 사교육 시장이 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견줘 가계지출에서 교육비 비중이 크다. 반면 전세 제도 영향으로 주거비에 쓰는 돈은 상대적으로 적다. 의료비 등 건강 관련 지출은 전 국민이 혜택을 받는 건강보험 제도 덕택에 북유럽 복지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중이 적다. 미국은 의료비 지출 비중이 크고 북유럽 국가들은 다른 나라에 견줘 여가 생활에 돈을 많이 쓴다.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담긴 국가별 ‘가계의 최종소비지출’의 세부 항목별 내역을 살펴보았다. 각 나라 국민들(가계)이 1년에 100만원을 쓴다고 가정하고 항목별 지출을 따져본 것이다.2013년 현재 우리나라 가계는 ‘교육비’에 5만9000원을 쓴다. 무상교육이 보편화된 북유럽 국가인 핀란드와 스웨덴 가계는 교육에 고작 4000원과 3000원을 쓰고 있다. 프랑스(9000원)도 채 1만원이 되지 않고 영국도 1만8000원으로 비교적 교육비 지출 비중이 적은 나라에 속한다. 일본(2만1000원)과 미국(2만4000원)의 교육비 지출 비중도 우리나라의 절반이 안 됐다.주거비를 보여주는 ‘임대료 및 수도광열비’ 지출은 우리나라는 비교적 적은 쪽에 속했다. 영국(24만7000원)·핀란드(26만9000원)·스웨덴(26만7000원)·일본(24만9000원)·오스트레일리아(호주·23만9000원) 등은 모두 20만원이 넘었으나 우리나라는 18만6000원에 그쳤다. 비교한 나라에는 드문 전세 제도가 우리나라에는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월세가 늘어나는 주택시장 상황을 염두에 두면 우리나라의 주거비 지출 비중도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유럽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오락·문화’ 쪽에 돈을 많이 쓴다. 여가 생활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는 뜻이다. 스웨덴과 핀란드 가계는 이 항목에 각각 11만2000원, 11만1000원을 쓰고 있다. 영국도 10만2000원을 써 오락 문화비 지출 비중이 컸다. 우리나라 가계는 오락·문화에 8만4000원만 쓴다.미국은 의료·보건 지출(21만1000원)이 많아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나라에선 주거비(임대료 및 수도광열비)가 전체 지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데 반해 미국은 의료·보건 지출 비중이 여타 항목 중 가장 크다. 미국 의료시스템은 공공성이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잘 갖춰진 영국(1만6000원)을 비롯해 스웨덴(3만5000원)·핀란드(4만4000원)는 5만원이 넘지 않는다. 영리병원 제도가 없고 국민건강보험을 운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보건 분야 지출도 4만7000원에 그친다.
지난 20년간(1993~2013) 우리나라 가계의 지출 구성 변화도 살펴보았다. 이 기간 동안 먹거리와 관련돼 있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지출은 4만8000원이나 줄었다. 전체 항목 가운데 지출 감소폭이 가장 크다. 반면 오락·문화(1만1000원)와 음식·숙박(3000원) 등은 지출 비중이 커졌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여가 쪽 지출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동안 1인당 국민총소득(명목 기준)은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