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겠다던 ‘중학교 스포츠클럽’
이익단체 압력에 결국 그대로
체험활동시간 뺏고 부실수업 논란
이익단체 압력에 결국 그대로
체험활동시간 뺏고 부실수업 논란
‘2015 교육과정’ 안에는 각종 이익단체의 요구와 압력 탓에 애초 개정 취지에 어긋나는 내용들도 상당수 담겼다. 수업부담을 경감하겠다면서 초등학교 수업시수를 늘렸고, 줄이려던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수업시수는 그대로 유지했다.교육부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과 더불어 학습부담 경감을 주요 개정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초등학교 1~2학년의 수업시수는 주당 1시간이 늘어났다. 늘어난 시간은 창의적 체험활동(창체) 시간으로 확보하되 ‘안전한 생활’로 편성·운영한다. 애초 별도의 안전 수업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에서는 한걸음 물러났으나, 기존 창체나 교과 시간에 가르치면 될 안전 교육을 위해 수업시간을 늘려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등 5~6학년 실과에 소프트웨어 교육이 추가됐고, 한자 교육도 교과서 병기는 아니지만 전보다 강화된다.박제윤 교육과정정책관은 22일 구체적인 학습부담 감축 수준에 대한 질문에 “교육과정은 방향을 제시할 뿐이고 교과서가 개발되고 거기에 따라 수업과 평가가 이뤄져야 학생들이 체감하는 부담(감소 수준)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현실적인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교사들의 불만이 많았던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시수도 줄지 않았다. 최종 확정된 안을 보면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은 학년별 연간 34~68시간(총 136시간) 운영하며, 매 학기 편성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교육부가 지난 4일 공청회에서 발표한 안에는 “교과(군)별 시수의 20% 범위 내에서 감축하여 연간 34시간 이상 편성·운영한다”로 돼 있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입김이 막강한 체육계의 반발로 스포츠클럽 축소가 무산됐다”고 설명했다.학교스포츠클럽은 이명박 정부 때 학교폭력 방지대책의 하나로 도입됐다. 청소년들한테 운동 기회를 준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운동장 사용이 여의치 않고 체육 교사가 모자라 비정규직 스포츠 강사나 타 교과목 교사들이 수업을 맡기도 했다. 특히 음악·미술이나 동아리·봉사·진로·자치 활동 등 창체 시간을 빼서 스포츠클럽 시간으로 대체하는 일이 잦았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스포츠클럽이 아니어도 체육 시간은 이미 1~3학년 동안 매주 3-3-2시간씩 따로 배정된다. 음악과 미술은 각각 1-1-2 또는 2-1-1이고, 창체도 일주일에 3시간밖에 안 된다. 가뜩이나 적은 예능이나 창체를 줄여 또 스포츠클럽을 강요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짚었다.전정윤 기자 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