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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베스트셀러 작가 최숙희 ‘열두 띠 동물…’ 표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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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그림책 ‘이나이 이나이 바아’에서 “콘셉트 가져와”
“무명 때 출판사 편집자가 ‘제안’…뒤늦게 사죄 드린다”
‘강물을 삼킨 암탉’도 “좋아한 작가의 표현 기법 차용”
최 작가 “십수년 동안 가슴에 납덩이 올려놓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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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나이 이나이 바아>(1967)와 <열두 띠 동물 까꿍놀이>(1998), <냄새 고약한 치즈맨과 멍청한 이야기들>(1992)과 <강물을 삼킨 암탉>(2002)의 한 장면들. <한겨레> 자료사진, 그림책읽어주는엄마 제공
유아 그림책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세계적 권위의 볼로냐어린이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기도 한 최숙희씨가 초기작 가운데 한 편의 표절 사실을 시인하고 다른 한 편도 표현기법 차용을 인정했다. 그림책 출판계에서는 차제에 표절에 관한 자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씨는 23일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와 전자우편을 통해 1998년 펴낸 <열두 띠 동물 까꿍놀이>(보림)가 일본 작가 세가와 야스오의 1967년 그림책 <이나이 이나이 바아>에서 “기본 콘셉트를 가져온 게 사실”이라며 “더 일찍 털어놓고 사과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 그동안 이 작품을 사랑해준 분들께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50만부 넘게 팔린 이 책은 베트남·타이 등 5개국에 수출되기도 했다. 그는 2002년에 낸 <강물을 삼킨 암탉>(웅진)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작가의 표현기법을 저도 모르게 차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열두 띠 동물…>과 관련해 최씨는 “(작가로서 무명이던) 1997년 보림출판사 편집자가 그 일본 그림책을 들고 왔다. 그 책을 참고해 열두 띠 동물을 넣어 아이들을 위한 까꿍놀이 그림책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며 “당시에 그 책의 콘셉트를 차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을 못한 저의 인식 부족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책은 이례적으로 출판사 보림과 작가 최씨가 공동 저작권을 갖고 있다. 까꿍놀이는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놀이지만 이 놀이에 여러 동물을 등장시켜 서사를 전개했다는 점, 특히 가마니에 올라앉은 쥐 그림의 구도가 유사해 2003년부터 간간이 표절 시비가 제기돼왔다. 당시 모호한 해명을 한 보림은 지난 7월7일 재고가 소진되어 영구 절판한다는 공지만 게시판에 띄웠다. 보림 쪽은 “당시에는 편집자도 작가도 표절에 대한 인식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강물을 삼킨 암탉> 표절 논란은 인터넷 ‘그림책읽어주는엄마’ 카페 지기인 그림책 전공자 박은영씨가 최근 이 카페에 미국 작가 레인 스미스가 1992년 그린 <냄새 고약한 치즈맨과 멍청한 이야기들>(담푸스·2010)과 유사하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주제와 서사는 전혀 다르지만 등장 동물 중 여우 캐릭터 표현을 비롯한 세 컷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그림책은 웅진씽크빅출판그룹의 전집 부문인 웅진다책에서 50권짜리 ‘마술피리어린이’ 전집의 한 권으로 2002년 발간돼 2012년 절판되기까지 4만질가량 판매됐다.

최씨의 초기작 두 편과 함께 최근작 <너는 어떤 씨앗이니?>(책읽는곰·2013)도 국내 작가 백지혜씨의 2007년작 <꽃이 핀다>(보림)의 꽃 그림 한 컷과의 유사성이 입길에 올랐다. <꽃이 핀다>는 꽃마리를, <너는 어떤 씨앗…>은 섬꽃마리를 그렸다. 이에 최씨는 “꽃대가 말려 올라가는 두 꽃의 특성이 비슷해서 비슷해진 것이다. <꽃이 핀다>는 기회 있을 때마다 좋은 책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열두 띠 동물…> 문제로 십수년 동안, 아이들이 좋아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에 납덩이를 올려놓고 살았는데, 감히 남의 그림 베낄 생각을 하겠는가”라며 전면 부인했다. <한겨레>의 의견 의뢰에 답한 그림책 전문가 3명도 “느낌이 비슷하지만 그림의 대상(실물) 자체가 유사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림책 출판계에서는 자체 표절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야기꽃출판사 대표 김장성씨는 “그림이나 그림책에서 표절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이야기 플롯, 시각 발상, 모티브 발상 등등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기준을 공론화하여 기준을 놓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영씨는 “비중 있는 작가가 비중 있는 출판사에서 낸 그림책에 대해 표절 의심이 제기되는데 아무런 해명이나 사과가 없어 문제를 제기했다”며 “그림책은 아이들이 태어나 처음 만나는 책이다. 그 맑은 눈과 고운 귀에 타인의 저작물을 베낀 결과물을 보여주고 들려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허미경 선임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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