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대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 7월부터 스마트폰 통신 요금 9만원을 자신이 번 돈으로 내기 시작했다. 아들은 5월부터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하며 일요일 저녁이면 집에 온다. 7월 말, 일주일 만에 집에 왔다. 그리고 저녁에 안방에 들어오며 ‘아빠, 아빠’를 외친다. 뭔가 급박한 일이 벌어졌다는 말투다.
그러면서 하는 말,
“아빠, 통장에 돈이 15,000원이 있었는데 21일이 되니 통신요금으로 빠져나가서 0원이 되었어요. 그리고 다음 날, 알바비가 입금되었는데 나머지 75,000원이 빠져나갔어요”
라며 돈이 이렇게 무서운 줄을 처음 알았다고 한숨과 푸념이 섞여서 만감이 교차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기만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돈은 곧 피와 같다’라고 일갈을 했다.
» 권규리.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과 4년
아들의 스마트폰은 지난 2월 달에 사주었으며, 통신요금은 6만원 이내로 나오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더구나 매달 아빠에게 데이터 2기가가 자동으로 아들의 폰으로 이체되게 설정을 했다. 그러나 3월부터 통신요금을 살펴보면 매달 9만원에서 10만원 이하 정도를 유지했다. 4월말, 5월말에 아들에게 이런 사실을 이야기를 하니 추가 요금은 자신이 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알바도 하지 않고, 아들의 주머니를 훤히 아는 아빠로서 내라는 말은 무리였다. 3월과 4월은 집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학교가 멀어서 5월부터는 친구와 하숙을 하기 시작했다. 아들은 알바를 구하려고 했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아들에게 고3 때 했던 이모네가 운영하는 베이비 스튜디오가 어떠냐고 했더니, 순수사진을 추구하는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고 거절한다. 그 즈음, 처재의 아들이 고3이며, 사진학과를 가겠다고 결정을 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카의 입장과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처재의 입장을 살펴보면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여겨졌다. 여기에서 알바의 해법을 구했다. 아들이 그곳에서 알바를 하되, 절반은 이종 사촌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나머지는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는 것이었다. 먼저, 처재와 이런 내용을 이야기를 하니 단번에 반긴다. 그리고 아들에게 이 조건을 이야기를 했더니 냉큼 좋다고 한다. 결국, 조삼모사 방식으로 아빠가 아들의 알바 취직을 시켜준 모양이 되었다.
사실, 아들에게 그 곳은 낮선 곳이 아니다. 이미 고3이 되기 전에 실전을 위하여 3개월 정도 알바를 했다. 주로 신발정리와 커피 심부름 등 허드렛일을 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어서 알바를 하니 일이 달라졌다. 주로 사진을 편집 하거나 직접 촬영을 하기도 한다. 이는 곧 정 직원들이 하는 일의 한 부분을 맡아서 했다. 영유아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들이기에 촬영도 어렵지 않았다. 그 결과 알바비도 요즘 말하는 꿀알바가 되었다. 어느 날, 아들이 다가와서 “아빠, 어떻게 하면 사촌동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그래서 “많은 것을 알려주려고 하지 말고 네가 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학교에서 과제가 있으면 그 곳에서 하면서 동생의 의견을 물어보면 될 것같다고 금방 해석을 한다.
8월말, 주중에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일요일 저녁에 할 이야기가 있다고 예고를 했다. 그리고 저녁에 아들을 만나서 “아들아, 이제 너도 돈을 버니 하숙비를 본인이 해결해야 되지 않겠니?”라고 하며 “아빠 생각은 하숙비의 50%는 네가 부담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 순간 아들의 얼굴은 흑색이 되었으며, 동시에 얼굴을 이불에 묻고 고민을 한다. 그리고 1분 후에 얼굴을 내밀고 하는 말, “아빠, 절반은 너무 많다고 생각하구요, 30%만 부담할께요”라고 한다. 아들은 아빠의 제안에 거절을 하기도 어려웠고, 또한 수용을 하기도 부담스러운,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나름대로 조정을 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아빠의 입장에선 이런 제안에 하면서 혹 ‘방을 뛰쳐나가지 않을까’, 혹은 ‘거절을 하지 않을까?’ 라는 기우의 심정이 있었지만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를 했다. 아들이 일부분만 수용해준다고 해도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아들은 9만원의 통신료와 하숙비의 30%는 자부담으로 지불하게 되었다. 아들은 마지막으로 갑자기 모든 것을 내라고 하면 부담이 많으니 조금씩 조정을 했으면 좋겠다고 선수를 친다. 이미 아빠의 두뇌 시스템을 읽고 하는 말이다. 아빠가 아들에게 주는 마지막 멘트는 “너도 이제 20살이 넘었으니 이제 너의 인생은 네가 준비해야 한다. 그 첫 준비란 바로 경제독립이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대학을 졸업할 때 네가 세상의 중심에서 서서 너의 꿈을 펼칠 수 있단다”라고 했다. 우리는 관념적으로 자식이 독립을 한다는 의미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을 때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또는 결혼을 할 때라고도 한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을 보라. 캥거루족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을 시켜도 부모 밑에서 함께 살고 싶어하는 자식들이 많다. 또한 취직을 하지 못하고, 30살이 넘어도 부모가 챙겨주기도 한다. 얼핏보면 이것이 부모의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한 마디로 자식에 대한 넘치는 사랑이며, 과잉보호다. 이제 양육의 목표를 재정립을 해야 한다. 그 것은 마땅히 자식의 홀로서기가 되어야한다. 그러기 위하여 경제적인 독립이 필수적이다.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20살이 넘으면 경제독립을 서서히 준비시켜주어야 한다. 자식이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이야말로 부모에게 하는 가장 큰 효도이다.
지난 9월초, 학교에서 사진기자로 선발 되었다. 그리고 장학금도 있다고 하는데 본인에게 직접 준다고 한다. 이미 아들의 머릿속에는 경제적인 계산이 끝났다는 이야기다. 동시에 스튜디오의 알바는 9월까지 하기로 이모부와 상의를 했다고 한다. 자신이 빠지면 이모부는 직원을 뽑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신입 직원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준다고 했단다. 아들이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아들이 자랑스러운 대목이다. 몸에 밴 친절을 숨길 수가 없듯이, 아빠와 어린 시절부터 놀이로 단련되었기에 나오는 자연스런 인성의 향기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놀이가 중요하며, 어린 시절부터 놀아주는 것이야말로 다양한 인성을 형성시키는 원천동력이요, 보물창고이다.
그래서 10년 전부터 주장하는 말, ‘아빠가 아이와 잘 놀아주면 아이에게는 창의성, 사회성, 배려 등 16가지 인성이 발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