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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해바리마을 체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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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6월7일 새벽, 경남 남해군 창선면 지족리의 농어촌체험마을인 해바리마을(신흥마을) 갯벌에서 가족여행객들이 ‘홰바리 낙지잡이’를 하고 있다.

[한겨레 esc]남해 해바리마을 체험여행

여름 휴가지를 고민하는 이즈음 유독 눈에 많이 띄는 게 농촌 체험여행이다. 고생만 하다 오는 거 아닐까? 걱정 붙들어매시라.
밤에 횃불 들고 낙지를 잡는 ‘홰바리’ 체험을 하는 해바리마을을 비롯해 독특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체험마을을 추천한다.

화려한 횃불 쇼 틈틈이
“게다!” “조개다!” 이어지는데
정작 ‘낙지’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심드렁해질 무렵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본격 휴가철은 아직 멀었으나, 봄부터 이미 ‘본격 여름’이었음은 피부로 느끼시는 바와 같다. 유난히 길고 지루할 듯한 올여름, 피서든 휴가든 서둘러 일정을 짜는 분들이 많을 터이다. 올여름엔 붐비고 비싸고 고달픈 유명 피서지 제쳐두고, 기나긴 여름나기 기간의 하루이틀을 농촌·산촌·어촌에서 지내보는 건 어떨까. 훈훈한 시골 맛, 고향 맛 느끼며 배우고 즐기는 온 가족 여름휴가, 농어촌 체험여행이다. esc가 올여름 가족여행자들을 위해, 특별히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는 농어촌 체험마을들을 골라냈다. 주민들이 마음을 합하고 몸을 던져서, 여러 해째 인기를 끌고 있는 탄탄한 체험마을들이다.

2 낮에는 갯벌에서 게·조개 등을 잡는다.
지난 6월6일 자정, 경남 남해군 창선면 지족리 ‘해바리마을’(신흥마을) 해바리펜션 마당. 손잡고 팔짱 낀 어른 아이들이 기대감에 부푼 표정으로 왁자지껄 재잘재잘 모여들었다. 힘 좋고 맛있다는 큼직한 낙지를 내 손으로 직접 잡아보겠다고 나선 ‘홰바리’ 체험객들이다. 이 마을에선 옛날부터 소나무 관솔로 횃불을 만들어 들고 한밤중에 갯벌에서 해산물을 채취해 왔는데 이를 ‘홰바리’라 부른다. 해바리마을이란 이름도 여기서 따온 것이다. 지금은 관솔 대신 솜뭉치에 석유를 적셔 만든 횃불을 쓴다.

“낙지가 나 잡아가라며 기어나오진 않겠죠? 불을 비추며 물속을 찬찬히 살펴보세요. 가족끼리 돕고 다른 가족과도 힘을 모아야겠지요. 특히 어린이들 넘어지지 않게 잘 보살펴주시고요.” 진행자의 안내 말씀이 끝나자, 너더댓살짜리부터 70대 어르신까지 15가족 70명에 이르는 낙지잡이꾼들은 다시 손에 손을 잡고 어둠 속 바닷가로 향했다. 갯벌로 내려가기 전, 진행자의 안내로 가족당 하나씩 횃불을 밝혀 들자 밤바닷가는 일렁이는 불빛들로 장관을 이뤘다.

화려한 횃불 쇼 틈틈이 여기저기서 “와 게다!” “조개 잡았다!” 외침이 이어지는데, 정작 ‘낙지’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심드렁해질 무렵,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우와 잡았다! 잡았어!” ‘무엇을 잡았다’가 아니라 그냥 “잡았다”다. 낙지였다. 한 아주머니가, 거의 눈물을 흘릴 듯이 기쁜 표정으로, 낙지의 긴 다리들에 칭칭 감긴 팔을 자랑스럽게 번쩍 추켜올렸다. “호호홋, 첨엔 돌인 줄 알았는데 만져보니 낙지더라고요.” 다른 가족이 모여들어 부러운 표정을 지을 무렵, 옆에서 다시 “잡았다!” 외침이 터져나왔다. 이후로 터져나온 남녀노소의 외침들은 “우리도 잡았다!”와 “또 잡았다!”의 되풀이였다.

아빠(윤찬식·42·서울 강동구 상일동)가 잡은 낙지를 손으로 만져본 윤지현(12)양은 “꿈틀꿈틀하고 미끌미끌해서 느낌은 이상하지만, 우리가 낙지를 직접 잡았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며 기뻐했다.

이날 한 시간 반 동안 체험객들이 잡아올린 낙지는 약 20마리. 세 마리나 건져올린 가족도 있었고, 낙지는 만져보지 못하고 조개와 게 잡이에 매달린 가족도 있었다. 체험객들은 개구리 울음소리 자욱한 마을길을 걸어 각자 숙소로 돌아가 ‘낙지라면’ ‘조개라면’을 끓여 출출해진 배를 채웠다.

3 점심식사 후 편백나무 숲에서 유자차를 마시며 쉬는 여행자들.
서울·부산·창원 등 전국에서 모여든 이들 가족은 1박2일 체험객들. 앞서 낮 12시 마을에서 만나 주민들이 마련한 전어·낙지·소라 등 해산물을 곁들인 점심식사를 하고, 갯벌에 나가 조개·게·고둥 등을 잡은 뒤 경운기를 타고 한바퀴 돌며 마을을 구경한 다음, 마을 뒷산 편백나무 숲에 들어가 유자차를 마시고 쉬며 나무공부 숲공부에 빠졌다. 일부 가족은 보리수 열매 따먹기, 유자비누 만들기 체험도 했다. 가장 즐거웠던 체험으로 참가자들 대부분은 홰바리 낙지잡이를 꼽았지만, 편백나무숲 휴식이나 갯벌 체험, 경운기 타기를 꼽은 가족도 있었다.

다음날 아침, 늦도록 단잠을 자고 일어난 체험객들은 전날 참가하지 못한 체험에 나서거나, 전통 멸치잡이 방식인 죽방렴 탐방, 해안도로가 아름다운 홍현~가천 다랭이마을 드라이브 코스를 달리며 주변 여행을 즐겼다.

남해 해바리마을은 10여년 전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국내 농어촌 체험마을 중에서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운영되는 대표적인 체험마을 중 하나다. 한번 다녀간 이들의 재방문도 적지 않고 주변에 여행지로 추천해 주는 경우도 많다.

해바리마을 양명용(55) 운영위원장은 “재방문 및 다녀간 이들의 추천으로 찾아온 체험객이 전체의 절반 정도”라며 “주민들이 합심해 정성껏 방문객을 맞고, 농촌·어촌·산촌의 특징을 아우른 체험행사를 진행하니 체험객들 반응이 아주 좋다”고 자랑했다.

운영 10년째 도시민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홰바리 같은 전통 생활문화 체험이나, 유자·고사리·참다래·모과·보리수열매 등 철 따라 나는 지역 특산물들의 수확체험 행사를 꾸리고, 주민들이 직접 잡고 채취한 해산물·농산물들로 밥상을 차렸기 때문이다. 비슷비슷한 전통놀이나 물놀이 등에 치중한 체험들로 그 마을만의 특성을 찾기 어려운 여타 체험마을들과 다른 점이다. 해바리마을 방문객은 연 1만명을 넘는다. 방문객들은 1박 3식 4체험을 기본으로, 주민들의 집에서 묵으며 주민들이 만든 제철 밥상을 받고 주민들과 대화하며 쉬다 돌아간다. 서로 가까워진 이들은, 재방문을 약속하거나, 마늘·유자 등 특산물을 선물로 주기도 한다.

곧 다가올 여름휴가철. 올여름엔 산촌·농촌·어촌에서 기다리는 소박하고 따스한 어르신들 마을로 온 가족이 체험형 휴가를 떠나봄 직하다. 여기저기서 공정여행, 착한 여행, 친환경 여행을 논하지만, 이런 여행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소박한 주민들이, 투박한 솜씨로 짜 내미는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즐기고 먹고 웃다 보면, 그게 다 공정하고 착한 여행이란 걸 깨닫게 되는 여정이 바로 우리나라 구석구석에서 운영되는 농산어촌 체험마을 여행이다.

남해/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남해 해바리마을 체험 신청

1인 기준 1박 3식 4체험 어른 6만1000원, 어린이 5만8000원. 체험행사는 4~6월 홰바리·갯벌·경운기트레킹·유자비누만들기, 7~9월 선상전어잡이·갯벌·경운기트레킹·유자비누만들기. 가을엔 유자·참다래·시금치 수확체험이 곁들여진다. 단일 체험 신청도 가능하다.

문의 해바리마을 사무장 010-4702-9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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