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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의심환자 암판정 0.6%…고가검진 필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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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리포트] 상품을 파는 건강검진

암이 아니라서 순간 좋았던 김씨
100만원 검사비에 시간 낭비 생각

갑상선암 진단도 과잉진료 논란
국립암센터 7대암 검진 권고안서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는 제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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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아무개(42)씨는 최근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국가건강검진 프로그램에 따라 만 40살부터 2년에 한번씩 유방촬영술을 받고 있는데, 지난여름 검사에서 유방암 의심 소견으로 보이는 혹이 1㎝ 미만으로 2~3개가 발견됐다. 담당 의사는 2년 전에는 없었던 소견이라며 추가로 조직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조직검사 소견에서 유방암으로 판정돼 결국 수술까지 받았다. 최씨는 “유방암이 없었던 다른 쪽 유방에도 암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해 앞으로도 검진을 꾸준히 받을 생각이다. 어머니나 가까운 친척도 유방암 발생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높다고 검진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아무개(36)씨는 지난해 회사의 복지 혜택으로 종합검진을 받으면서 유방촬영술 검사를 했는데, 유방암 의심 소견이 나왔다. 1㎝ 정도의 혹인데 방사선 촬영으로는 단순한 혹인지 암인지 알 수 없어 추가로 검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씨는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혼자 고민하다가 결국 좀더 큰 종합병원을 찾아 유방촬영술, 유방초음파 검사에 이어 유방암이 의심되는 혹을 떼어내어 암인지 확인하는 조직검사를 받았다. 모두 100만원가량이 들었다. 일주일 뒤 최종 검사 결과는 암이 아닌 단순한 혹으로 나왔다. 김씨는 “처음에는 암이 아니라고 하자 너무 좋은 나머지 의사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만 계속 하고 나왔는데, 지금은 건강검진 때문에 고생만 하고 돈만 낭비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씨와 김씨 사례처럼 검진의 효과는 개인마다 크게 다르다. 그런데 국내에서 검진을 받는다면 두 사례 가운데 어느 쪽에 해당될 가능성이 클까? 박은철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이 2002년부터 2008년까지 국가 암검진사업을 통해 검진을 받은 이들 3598만건을 대상으로 검진의 정확도를 평가해 2011년 발표한 ‘국가 암검진사업의 비용과 효과’ 보고서를 보면, 유방촬영술에서 암으로 의심돼 최종 확진 검사에서 암으로 판정되는 비율은 0.6%로 매우 낮다. 최씨보다는 김씨에 해당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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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유방암의 경우 자궁경부암과 함께 다른 많은 나라들도 암 검진을 권고하고 있는데, 상황은 비슷하다. 2014년 1월 국제 학술지인 <코크런 리뷰>에는 여성 2000명이 10년 동안 유방촬영술을 받으면 그 가운데 1명꼴로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해 조기 사망을 피할 수 있었다는 논문이 실렸다. 문제는 2000명 가운데 10명꼴로 암이 의심되는 부위에 대한 조직검사를 받았고 실제로는 암이 아닌데도 수술·방사선치료·항암치료까지 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2000명 가운데 200명꼴로 유방촬영술에서 암이 의심됐고 최종 검사에서 아닌 것으로 판정되기는 했지만 많은 비용이 들었고 암이라는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이 때문에 유방암 검진이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나온다.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갑상선암의 경우 초음파 검사를 통한 검진이 불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의료계에서 나온 바 있다. 지난해 3월 몇몇 의과대학의 교수들이 중심이 된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 연대’는 국내 갑상선암이 해마다 24%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데엔 불필요한 과잉검진이 배경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갑상선암 발생 비율은 세계 평균의 10배에 이르지만, 갑상선암은 흔히 암의 완치 기준이 되는 ‘5년 생존율’(암을 진단 또는 치료한 뒤 5년까지 살 가능성)이 다른 암에 비해 월등히 높은 100%로 나타나기도 한다. 저지연대는 “갑상선암 검진을 통해 환자 발견은 많이 했지만 실제 갑상선암 사망률을 조사해보니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립암센터가 지난 9월 낸 7대 암 검진 권고안에서는 갑상선암에 대한 초음파 검사는 권고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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