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유치원에만 편성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모인 단체를 중심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차별하지 말라”는 불만이 강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21일 보육단체 및 서울시의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7일 서울시의회가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예산안에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2500억원을 삭감한 데 이어 경기·광주·전남·전북 등 5개 시·도 의회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까지 삭감한 데는 어린이집 단체의 강한 항의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장진환 전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각 시·도 의회에 어린이집 예산을 똑같이 편성하거나 아니면 유치원도 똑같이 삭감하라는 요청을 각 시·도 의회에 보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의 한 의원은 “어린이집만 예산편성을 안하면 문닫는 어린이집이 나오고 반대로 유치원은 경쟁이 치열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보육에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고 지적하는 여론이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정부와 교육청의 갈등이 있은 뒤 원아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충남 아산에서 15년째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은 “내년에 6살이 되는 아이들 38명 가운데 18명이 유치원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운영이 어려워서 만2살 영아반 개설을 했다”며 “영아반을 주로 운영하는 아파트 단지의 가정어린이집에서 우리한테 ‘아이들을 빼앗아간다’고 해 어린이집 사이에서도 갈등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사립유치원은 대기자가 줄을 서있는 상태인데, 어린이집은 평년보다 80%밖에 원아모집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를 비롯한 어린이집 단체들은 지난 18일 누리과정 예산은 전액 국고로 부담해야한다는 입장을 지닌 교육재정확대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보육·교육·시민 단체 합동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교육재정확대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원래는 함께하지 않았던 보수적인 성향의 보육단체들도 결합하고 있다”며 “누리과정에서 차별받는다는 소외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의 반발로 유치원 예산까지 삭감되자 서울 지역에서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소속 국공립 유치원 원장들까지 ‘누리과정 예산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교총 회원인 서울 공립 ㅅ유치원 원장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나 똑같은 유아들인데, 내가 유치원에 있다고 유치원 예산만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대통령이 공약을 내세웠으면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