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지음/가나북스 펴냄·1만2800원
육아서의 저자들 상당수는 전문가이다. 소아청소년과 교수, 유아교육학과 교수,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아동문학가, 상담가가 그 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아이 연령대별로 비슷한 경험을 한 부모가 공감과 위로를 주거나 구체적인 공부법을 전수하는 경우가 많다. 영유아나 초등학생 시기의 아이를 키워본 엄마가 초보맘으로서 좌충우돌한 경험을 함께 나누거나 성공적인 입시 전략으로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낸 엄마가 공부 노하우를 나누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런 육아서들은 영유아 시기, 초등 시기, 중·고등 시기 등 아이의 연령대별로 어떻게 아이를 키우면 좋을지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그런데 최근 나온 <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의 저자 김영희(59)씨는 이러한 저자들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김씨는 30대, 20대 아들 둘을 둔 31년차 평범한 엄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육아서를 읽으며 아이 교육에 정성을 다했고, 정치·세계사·문화·역사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육아에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책도 장 자크 루소의 <에밀>과 존 로크의 <교육론>이라고 밝혔다. 스스로를 ‘공주’(공부하는 주부)라고 밝힌 그는 평소 책을 쓰고 싶었다. 그런 그가 이제 육아서 독자에서 저자로 나섰다. 지난 30여년 동안 두 아이를 키운 경험과 자신이 읽었던 수많은 육아서 내용을 잘 버무려 한 권의 책을 펴냈다.
그는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지나친 간섭을 하고 부모 잣대로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는 책을 통해 선배 엄마의 지혜와 경험을 전수하고 싶었다. 어떤 엄마가 아이의 의욕을 ‘끝내는’ 엄마이고, 어떤 엄마가 아이의 의욕을 높이는 ‘끝내주는 엄마’인지 설명한다. 아이들을 다 키운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부모의 지나친 개입이 아이에게 좋지 않았다며 잘못을 인정한다. 육아의 팔 할은 ‘기다림’이라고 강조한다. 생후 33개월 즈음 당시 외둥이이던 첫째의 사회성을 키우겠다며 유치원을 보냈다가 원장에게 자폐 기가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던 사건, 중학생 때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게임북만 그리던 아들을 보습학원에 보냈다가 낭패 본 사연 등을 통해 부모의 욕심이 왜 부질없는지 설명한다. 그러던 아들이지만 입시 1년 전 별안간 미술 전공을 하겠다고 결정하더니,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해 자신이 원하던 대학에 입학했고, 지금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단다.
“아이를 키워보니 가장 중요한 시기는 임신 시기와 생후 3년이더군요. 그 이후로는 아이는 바람개비처럼 홀로 돌더라고요. 그런데 요즘 부모들은 자꾸만 거꾸로 행동해요. 제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책의 제목을 따서 ‘끝끝내엄마육아연구소’라는 육아카페를 통해 더 많은 부모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육아서를 펴낼 계획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