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다니는 20개월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가 순한 편이라 어린이집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최근 아이가 잠든 모습을 지켜보는데 아랫입술을 쪽쪽 빨며 자더라고요. 다음날 유심히 보니 아이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앙다물고 아랫입술을 계속 빨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혹시 아이에게 사랑이 부족한 것 아닐까,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닐까 걱정됩니다. 회사에서 아이 모습이 계속 생각나 일이 손에 잘 안 잡히는데 어쩌죠? (31살 대전맘)
[양 기자의 워킹맘을 부탁해]
머리카락, 이불, 목걸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물건에 집착.
못하게 하기보단 더 많이 안아주고 기다릴 것
아이에게 평소와 다른 모습이 감지됐는데 아무 일 없는 듯 생활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대전맘님께서 걱정하시는 것처럼 5살 이하의 아이가 입술을 빠는 행위는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랍니다. 아이가 입술을 빤다고 해서 부모 사랑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괜한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5살 이전까지는 아이들이 입술을 빨거나 손가락을 빠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생후 8~9개월이 넘어가면 아이들은 자신이 엄마라는 존재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따라서 아이들은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엄마가 아니라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물건에 집착하거나 특정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런 대상을 학문적으로는 ‘과도기 대상’ ‘전이 대상’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행동들은 주로 잠이 들기 전, 배가 고플 때, 스트레스가 커질 때, 부모와 떨어져야 할 때, 낯선 환경에 있을 때, 심심하거나 무료한 느낌이 들 때 늘어납니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4~5살이 지나면 이런 행동들을 덜하게 되지요.
8살 된 저희 딸과 6살 아들은 아직도 제 머리카락을 만져야 잠이 듭니다. 특히 딸은 잠들 때가 아니라도 심심하거나 잠이 오거나 집중해야 할 때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아 귓구멍에 넣고 살살 돌려댑니다. 딸에게 왜 그렇게 하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하면 느낌이 좋아”라고 말하더군요. 아이에게 그런 간질간질한 느낌이 안정감을 주는 것이죠.
두 아이가 밤마다 양쪽에서 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만지작거리는데 처음에는 정말 아프고 짜증나고 힘들더군요. 또 아이들을 재우고 밀린 일을 하고 있노라면, 아이들이 무심결에 엄마 머리카락이 만져지지 않으면 벌떡 일어나 엄마를 찾습니다. 한참 일에 집중하고 있거나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다시 아이들 사이에 누워야 할 때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된 기분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화를 내며 머리카락을 만지지 못하게도 해보고 다른 대체 인형을 주기도 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더군요. 아이들은 막무가내로 제 머리카락만 고집했지요.
지인 중 한 분은 아이가 엄마의 목걸이를 만지며 자는 것을 좋아해 힘들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아이가 잠들면서 목걸이를 만지다가 잡아당겨 목이 졸리거나 상처가 난 적도 있어서 다른 물건을 줘봤지만 소용없다고 하네요. 또 어떤 후배는 아이가 잠들 때마다 만지고 자는 이불이 더러워져 아무 생각 없이 빨았다가 밤을 꼴딱 새우고 출근한 적도 있습니다. 아이가 밤새 “그 이불 가져와” 하며 엉엉 울고 잠을 자지 않은 것이죠.
아이를 키우다보면 이렇게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아이에게 입술을 빨지 말라고 화를 내거나 윽박지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엄마가 입술 빠는 것에 집중할수록 아이의 행동은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은 시간이 해결해주는 경우가 많더군요. 육아의 8할은 기다림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아이의 입술 빠는 행동에 신경 쓰는 것보다 아이와의 스킨십을 늘리고 교감하는 시간을 늘리다보면, 어느 순간 아이는 훌쩍 커 있을 겁니다.
양선아 <한겨레> 삶과행복팀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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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겨레21> 제 1094호 2016.1.8일자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