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떡볶이. 사진 학전블루 소극장 제공
‘고추장 떡볶이’ 6년째 인기몰이
어린이극 12년간 15만 찾아
‘악당’ 아닌 ‘일상’ 소재로 공감
어린이극 12년간 15만 찾아
‘악당’ 아닌 ‘일상’ 소재로 공감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는 21일 오후 엄마와 초등학생 아이들로 가득했다. <고추장 떡볶이>(번안·연출 김민기) 공연 중에 배우들이 요리를 마치고 솥뚜껑을 여는 순간 아이들은 일제히 객석에서 일어나 솥 안을 들여다봤다. 떡볶이가 실제로 제대로 요리됐는지 엄청 궁금했나 보다.초등학교 3학년 ‘비룡’과 유치원생 동생 ‘백호’ 형제가 너무 배가 고파 자기들끼리 부엌에서 떡볶이 요리를 하는 상황이다. 엄마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고, 돌봐주기로 한 할머니가 오지 않았다. 처음엔 모두 엉망이었지만, 아이들은 조금씩 뭔가를 해내기 시작한다. 2008년 초연 이후 거의 매년 무대에 올려진 작품으로, 독일 원작에는 아이들이 스파게티를 만든다.공연 현장은 ‘학전 어린이 무대’의 귀중함을 다시 확인해주는 자리였다. 어린이 관객들은 2시간 정도의 긴 공연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무대와 함께 호흡했다. 극중 아이들이 엄마 도움 없이 뭔가를 해낼 때는 너무나 기쁜 표정이었다. “아이들도 뭐든 잘할 수 있다”는 노래를 배워 함께 불렀다.학전 소극장은 2004년 처음 <우리는 친구다>를 무대에 올린 뒤 계속 점차 더 많은 ‘좋은 어린이연극’을 무대에 올려 오고 있다. 그동안 <고추장 떡볶이> 등 8개의 작품을 선보였고, 올해 이 가운데 여섯 작품을 무대에 다시 올릴 계획이다.학전 무대의 어린이연극에는 영웅이나 악당이 없다. 새 친구를 사귀거나 방학 때 놀고 싶은 이야기 등 현실의 일상을 다뤘고, 과장이 없다. 연극의 대상 관객이 초등학생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과장된 연기와 캐릭터 중심의 ‘유아 연극’은 차고 넘치지만, 정작 초등학생을 위한 좋은 연극이 아주 드물다. 여기에 학전의 어린이 연극은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와 스태프가 항상 함께한다. 대극장 무대에 올랐던 배우도 있다. 학전 무대가 우리나라 어린이연극의 기둥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다. 12년 공연 동안 유료 관객 15만명이 극장을 찾았다.이 모든 일은 금전적 손해를 보면서 이뤄지는데, 김민기 학전 대표의 고집이 있기에 가능하다. 학전 관계자는 “우리 아이들의 일상과 고민, 꿈 등 실생활을 다룬 연극이고자 한다”며 “학전 사람들 모두가 뜻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위 내용은 2016년 1월24일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