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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언어 다르면 싫다? 색안경 벗는 교육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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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천남부초는 교사와 다문화 학생, 또래 친구가 결연식을 맺어 학습이나 상담 등 학교생활에 도움을 준다.  예천남부초 제공
1. 예천남부초는 교사와 다문화 학생, 또래 친구가 결연식을 맺어 학습이나 상담 등 학교생활에 도움을 준다. 예천남부초 제공
다문화교육 현장 
중앙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베트남·이집트·터키 등 각국의 그릇과 장신구들이 전시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세계민속박물관을 방불케 했다. 지난 25일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한누리학교의 모습이다. 이 학교는 2013년 개교한 전국 최초 초·중·고 기숙형 공립 다문화학교다. 다문화가족 자녀만 다닐 수 있으며 90% 정도가 중도 입국 학생이다.

“일반 학교 교육과정을 절반 시수만 배우고 나머지는 특성화교육과정을 진행한다. 한국어뿐 아니라 세계 문화도 배우고 안정적인 적응을 위한 상담도 한다.”

다문화가족 82만명 넘어서
중도 입국 학생도 늘어나

한누리학교서 특화교육 진행
센터 통해 한국어 멘토 연결해
한국 학생들 문화 이해 폭 넓히고
다문화 아이들 안착 돕기도

2. 한누리학교 학생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칠판에는 수업에 필요한 한국어가 그림설명과 함께 붙어 있다.  한누리학교 제공
2. 한누리학교 학생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칠판에는 수업에 필요한 한국어가 그림설명과 함께 붙어 있다. 한누리학교 제공
한글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디딤돌반’ 양성욱 교사의 말이다. 학교에는 러시아·중국과 아프리카, 이슬람권 등 18개국의 학생들이 모여 있다 보니 문화적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마찰을 줄이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문화다양성 교육을 한다. 위탁형 학교라 6개월에서 1년 동안 교육을 받고 학생들은 다시 자신의 원적교로 돌아가야 한다.

다문화가족 늘며 교육지원도 다양해져

지난해 행정자치부의 ‘외국인 주민 현황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은 82만명 안팎이며, 결혼이민자 및 귀화자의 자녀도 20만명이 넘는다. 최근에는 다국적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가 인터넷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공개 사과했다. ㈔한국다문화센터는 이와 관련해 “심각한 인종차별과 인권침해”라고 지적하며 국가인원위원회에 제소하고 소속사 대표 박진영씨를 고소하겠다고 했다.

이 사건을 두고 일부 청소년들은 양안 관계의 역사적 배경을 잘 모른 채 무조건 쯔위를 비판했다. 또 자신과 국적이나 문화가 다른 친구를 인정하지 않고 차별하는 학생도 있다. 아직 전체적으론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낮은 상황이지만, 한편에선 다문화 학생의 일반학교 적응을 돕거나 전교생을 대상으로 다문화이해교육을 활발히 펼치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3. 한누리학교에 다니는 리비아 출신 학생은 원적교에 잠깐 머무는 동안 친구들과 체육대회 준비를 함께 했다. 한누리학교 제공
3. 한누리학교에 다니는 리비아 출신 학생은 원적교에 잠깐 머무는 동안 친구들과 체육대회 준비를 함께 했다. 한누리학교 제공
모힙 울라(13)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지내다 2년 전 부모님과 한국에 왔다. 처음 들어갔던 인천축현초등학교에서 한누리학교를 소개해줘 4, 5학년을 이곳에서 지냈다. “처음 한국어를 하루 4시간씩 배울 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부모님보다 한국어를 훨씬 잘한다. 일상적 대화 하는 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다.”

이곳에는 모힙군 외에도 이집트, 리비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문화가 달라도 서로 이해하며 지내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반면 원적교 학생들과 교류하는 건 쉽지 않았다. 모힙군은 “매년 3주씩 원적교에서 지낼 때 친한 친구가 없어서 서먹서먹했다”며 “그곳 아이들이 아프가니스탄을 잘 몰라서 설명해줬는데 별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담임교사는 모힙군의 나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는 “한누리학교와 정이 들어서 돌아가기 싫지만 원적교에 가서도 거기 친구들과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혹 원적교로 돌아갔다가 적응을 잘 못해 다시 한누리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한누리학교는 최대 2년까지만 다닐 수 있다.

교육부는 교육 현장에서의 다문화이해교육 확대를 위해 다문화 유아에게 언어 및 기초학습 등을 가르치는 다문화 유치원을 지난해 30개 시범운영했다. 또 중도 입국 학생 등을 돕기 위해 일반학교 안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다문화 예비학교 100곳, 전교생에게 다문화이해교육을 하는 동시에 다문화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을 하는 다문화 중점학교 150곳을 운영했다.

경상북도 예천군 예천읍에 위치한 예천남부초는 다문화중점학교다. 권재은 교사는 10년 가까이 다문화교육을 해오고 있다. “다문화가족 학생을 맡으면서 교육적 관심이 커졌다. 시골이다 보니 결혼이주로 꾸려진 다문화가족이 많아 전교생 25%가 다문화가족 자녀다.”

학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다문화이해교육을 한다. 여러 나라의 문화를 공부하면서 다양한 문화가 왜 생기게 됐는지, 우리와 다른 문화를 어떤 태도로 바라봐야 하는지 등을 알려준다. 학생들이 다른 문화를 거부감이나 편견 없이 존중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동시에 언어발달이 늦거나 기초학력이 부족한 다문화 학생은 교육청이나 구에서 운영하는 외부 기관에 의뢰해 언어교육을 지원한다.

권 교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과 연계하는 것이다. 부모가 안정적이어야 학생이 학교생활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학교는 가정방문을 통해 한국어 교육이나 전통문화체험 등 부모교육을 해오고 있다. 학부모동아리를 만들어 다른 학부모들과 어울리는 기회도 만들었다.

권 교사는 “학부모들 반응이 아주 좋다. 다문화가족 어머니들은 한국어가 서툴고 모르는 게 많아 자신감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 한국 학부모에게 자신의 모국어를 알려주고 같이 노래도 만들면서 어울리니 다들 친해졌다”고 말했다.

동네 언니, 과외선생님으로 발 벗고 나서

다문화가족 아이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언어’다. 한국어를 못해 감정 표현이나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다문화 아이들을 위해 멘토를 자처하고 나선 학생들도 있다. 이 활동은 학생들 스스로 다문화가족 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4. 지난해 광주광역시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쪽에서 한누리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창작워크숍을 진행했다.    한누리학교 제공
4. 지난해 광주광역시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쪽에서 한누리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창작워크숍을 진행했다. 한누리학교 제공
대전광역시교육청 서부다문화교육센터는 지역 학생들과 다문화 가족 아이들을 연결해주는 멘토링 사업을 벌였다. 이윤지(느리울중3)양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리더스 동아리’ 활동을 했다. 센터에서 소개받은 다문화가족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한글도 가르쳐줬다. “나도 사실 엄마가 중국분이라 다문화가족 자녀다. 아이들이 나처럼 이중 언어를 제대로 할 줄 알았으면 해서 참여하게 됐다.”

지난해 이양은 2주에 한번 진영이네 집에 갔다. 다섯 살 진영이는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중인데 엄마랑은 중국어로, 이양과는 한국어로 대화를 나눴다. 이양은 “갈 때마다 한글을 알려주고 책도 읽어줬다”며 “처음에는 아이가 부끄러워했는데 나중에는 보고 싶었다고 반겨줬다”고 했다. “어머니도 고마워했다. 한국어를 잘 못해서 애한테 책을 못 읽어주는데 내가 구연동화 하듯 책 읽어주고 한글을 가르쳐주니까 옆에서 따라 배우기도 했다.”

이양은 “동아리 부원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며 “친구들이 처음에는 다문화 아이들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만나러 가는 걸 꺼리다가 지금은 다들 친해져서 모이면 서로 자기가 가르치는 아이들 자랑을 한다”고 말했다.

이유빈(만년고 3)양은 1년 반 동안 같은 동네의 초등학교 3학년 박수민양의 ‘개인 과외 선생님’이었다. 본인이 멘토를 하고 싶어서 센터에 직접 신청했다. 이양은 또래보다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수민양에게 과목별로 공부법을 알려줬다. “국어는 책을 같이 읽고 인물이나 상황, 주제를 함께 이야기 나눴다. 영어는 알파벳을 잘 못 외워서 에이비시디 순서대로 외우며 선을 그으면 그림이 완성되는 학습교구를 응용해 내가 직접 만들었다.”

그는 수민양을 만나기 전에는 한국말도 서툴고 집중도 잘 못할 거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와 지내며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우리 문화 중심으로 다른 나라를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 특히 중·고등학생 가운데에는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학생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편견을 없애고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를 기르기 위해서 다문화이해교육이 중요하다.”

양 교사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에 대한 다문화이해교육도 필요하다. 한누리학교가 들어설 당시 근처 주민들이 걱정했다”며 “새로운 택지개발지구였는데 다문화학교가 들어오면 다문화가족이 모여들어서 안산이나 대림동처럼 슬럼화될까 싶어서”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인천 난민센터 근처의 한 초등학교에 파키스탄 출신 난민 아이 8명이 입학하려다 무산됐다. 해당 학교 학부모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 학생들은 결국 한누리학교에 왔고 심지어 매년 진행하는 원적교 학생들과 일정 기간 지내는 체험학습도 못했다.

양 교사는 “학부모들이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온 난민이어도 반대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학교에 와서 나도 전에 깊이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들을 살펴보고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제 어느 학교에 가도 다문화 학생 한두 명은 있다. 그 아이들에게 무조건 한국의 문화나 생활양식을 따르라고 강요하기보다 우리가 먼저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권 교사도 “우리가 외국에 나가 10년, 20년을 살아도 현지인처럼 똑같은 입맛을 가지고 살아지지 않는다”며 “생활습관도 쉽게 바꾸기 어려운 만큼 가족 구성원들뿐 아니라 주변에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머니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족들이 자신이 한국 사람과 똑같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도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다. 한국어도 하루이틀 공부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배우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면서 우리와 잘 섞일 수 있게 기다려줘야 한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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