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아이 적어 많은 돈 받아
» kimyh@hani.co.kr은행 세뱃돈 예적금 상품 내놔
“형님 수준 맞추려니” 부담 늘자
돈 모아 나이별 ‘세뱃돈 정액분배’
모바일 세뱃돈까지 등장하기도
“형님 수준 맞추려니” 부담 늘자
돈 모아 나이별 ‘세뱃돈 정액분배’
모바일 세뱃돈까지 등장하기도
7살 아들을 둔 김주현(37)씨는 6년째 아이의 ‘세뱃돈 적금’을 들고 있다. 아들이 돌이 된 해에 100여만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받은 수십만원의 세뱃돈을 모아두기 위해서다. 김씨는 “양가 모두 명절에 어른들이 각각 10여명씩 모이지만, 아이들은 3명뿐이라 세뱃돈이 많아졌다. 제법 큰돈이어서 잘 불려 나중에 교육비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저출산’ 현상이 세뱃돈 풍경마저 바꿔놓고 있다. 직장 다니는 삼촌·이모 한둘한테 물귀신처럼 들러붙어 “세뱃돈 더 달라”고 조르던 대여섯 명의 조카들이, 세월이 흘러 세뱃돈 줄 조카마저 드문 삼촌·이모가 됐다. 저출산은 ‘세뱃돈 받는 사람’보다 ‘세뱃돈 주는 사람’이 더 많아진 시대를 열었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부모와 친척 7~8명이 아이 1명에게 세뱃돈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린이 예적금 계좌 수는 줄지만 계좌당 금액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입학이나 졸업을 맞는 초중고생은 세뱃돈 ‘수금’을 위해 친척집을 ‘순례’하기도 한다.세뱃돈이 ‘쌈짓돈’ 수준을 넘어서자 금융회사들도 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벌인다. 세뱃돈 투자에 적당한 예적금 상품을 홍보하거나 가입 땐 사은품을 제공한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은 올해도 14살 이하 자녀가 가입할 수 있는 적금 상품을 내놓았고, 신규 고객에게 추첨을 거쳐 가족사진 달력 제작권을 제공하고 있다. 케이비(KB)국민은행도 아이들한테 인기가 많은 뽀로로와 터닝메카드 같은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디자인된 세뱃돈용 봉투와 저금통을 만들어 나눠주고 있다.하지만 세뱃돈을 주는 어른들의 마음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임아무개(40)씨는 설날이 되면 세뱃돈 부담에 남모를 속앓이를 한다. 임씨는 조카들 세뱃돈으로 1인당 1만~2만원이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처형은 3만~5만원씩 주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임씨는 “요즘 임금 격차가 사회문제라는데 세뱃돈 줄 때도 그런 기분을 느낀다. 철없는 아이들이 이모부는 왜 세뱃돈이 적냐고 따지고 들어 지난해부턴 빠듯한 살림에도 세뱃돈을 올려야 했다”고 말했다.‘세뱃돈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충을 해결하려는 궁여지책도 등장했다. 직장인 정아무개(45)씨는 몇해 전부터 형제들끼리 공평하게 돈을 모은 뒤 중고생에겐 10만원, 초등학생에겐 5만원씩을 ‘정액 분배’하고 있다. 정씨는 “형제 중 누군가 세뱃돈 액수를 올리면 형편이 안 돼도 그 액수에 맞춰 무리를 할 수밖에 없는데, 정액 분배를 한 뒤에는 그런 부담이 없어졌다”고 말했다.세뱃돈의 형태도 ‘모바일 세뱃돈’이 등장하는 등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우리은행은 1일부터 계좌번호를 몰라도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세뱃돈이나 상품권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에스에스지(SSG)페이에서 현금으로 사용 가능한 ‘에스에스지 머니’를 보내는 서비스를, 카카오톡도 뱅크월렛카카오 앱을 통해 세뱃돈을 송금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세뱃돈 대신 ‘데이터 쿠폰’을 선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수현(16)양은 “앞으로는 바빠서 명절에 모이지 못하는 친척들도 휴대폰으로 세뱃돈을 쏴주면 되니까 세뱃돈 액수가 늘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