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이 엮은 안데르센 동화집
1874년판 156편+1편 7권에 완역
안데르센 동화집 1~7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빌헬름 페데르센 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각 권 1만2000원그를 가리켜 ‘동화의 임금’이라 칭하는 데에 토를 달 이는 별로 없으리라. 독일에 그림 형제, 프랑스에 샤를 페로가 있다면, 덴마크에는 그가 있다. 서양에서 동화를 또 하나의 문학 장르로 개척한 인물. 그림 형제와 페로가 설화·민담을 채록하여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로 가공했다면, 그는 직접 창작으로 문학의 새 길을 열었다.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75·사진)은 구두수선공 아버지와 청소부 어머니 사이에서 났다. 가난과 신분상승 욕구, 집 없음, 여행이 그의 삶의 씨실이라면, 짝사랑, 강박증, 외모 콤플렉스는 그 삶의 날실이었다. 그 고통의 심연에서 그가 자아낸 것은 사랑에 대한 포기할 줄 모르는 믿음, 모순투성이 삶과 현실에 대한 진실한 태도였다. 그리하여 성공 열망과 타고난 재능을 재봉틀 삼아 영원히 낡지 않는 저만의 천으로 불멸의 작품을 빚었다.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빨간 구두>, <그림자>, <눈의 여왕>, <못생긴 새끼오리>는 그렇게 직조됐다.누군가 그에게 자서전을 쓰지 않냐고 했을 때 안데르센은 “난 이미 <못생긴 새끼오리>를 썼다”고 했다. 그의 외모를 두고 사람들은 “키가 커서 반으로 접힐 것 같다”느니 “머리털이 강아지 두 마리 분량”이라느니 하며 놀려댔다. 외모 때문에 놀림받는 새끼오리의 환골탈태 성장담이라 할 <못생긴 새끼오리>는 바로 안데르센 자신의 이야기인 셈이다.후원자의 도움으로 상류사회에 들어갔지만 그는 평생 이방인처럼 주변을 맴돌았다. 지독한 가난과 너무도 일찍 세상을 뜬 아버지, 정신질환을 앓았던 할아버지. 그는 어릴 적 할아버지 병이 유전될까 전전긍긍했으며, 그런 그의 유년은 “남들과 다르다는 소외감 속에서 상처받는” <인어공주>와 <전나무> 같은 작품에 스며들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자기 집이 없었다. 작가로 성공하고서도 하숙집과 지인 집을 전전했던 그에게 여행지는 또 하나의 거처였다. 여행은 작품의 원천이었다. 어머니 어린 시절을 모티프 삼은 <성냥팔이 소녀>는 덴마크 윌란 반도 여행에서, <청동멧돼지>는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에서 썼다.그는 평생 212편의 동화를 썼다. 이번에 나온 <안데르센 동화집>은 그가 직접 골라 1862~74년에 걸쳐 다섯권에 156편을 묶은 덴마크판 <동화와 이야기>를 영역한 1949년 헤리티지출판사의 <안데르센 전집>을 완역했다. 이 판본은 “영역본의 정본”이라고 출판사 쪽은 밝혔다. 이를 기본 삼되 덴마크 원본을 한줄 한줄 대조해 보완했다고 했다. 여기에 들지 않았던 동화 <그림 없는 그림책>을 더하여, 일곱 권에 묶었다. 민담을 재창작한 <부시통>부터 후기 걸작으로 평가받는 <치통아줌마>까지 발표순대로 실려 있다. 가차없는 결말을 내장한 <그림자> <치통아줌마> 같은 작품은 읽고 나면 뒤통수 끝자락을 누군가 보는 듯한 서늘함이 느껴진다. 10살부터 전 연령.허미경 선임기자 carmen@hani.co.kr, 사진 시공주니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