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음악방송에 출연한 마마무는 준비한 춤과 노래를 한껏 과시하고, 걸그룹으로서 쉽지 않다는 ‘얼굴 몰아주기’도 감행한다. 얼굴 몰아주기는 한 사람만 멀쩡한 표정을 짓고 나머지는 최대한 우스꽝스럽고 망가진 표정을 짓는 놀이다. 셔터 누를 때 눈을 깜빡여 조는 것 같은 흐리멍덩한 표정은 꽤 괜찮은 축에 속한다.
쉬지 않고 셀카를 찍고 프로필을 바꾸는 디지털 아이들에게 얼굴 몰아주기는 어떤 의미일까.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라도 동의 없이 이상하게 나온 사진을 게시하는 경우 당사자인 아이는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낸다. 사진 한 장이라고 넘길 일이 아니다. 자아표현과 인상 관리를 위한 자기결정권, 즉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정당한 반응이다. 디지털 아이들에겐 잘 찍힌 자신의 얼굴사진 한 컷이 소중하다.
그런데 얼굴 몰아주기는 정반대의 특징을 지닌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를 생각하지 않고 제대로 망가지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이다. 중요한 것은 잘 나온 누군가의 얼굴이 아니라, 찰나의 시간 동안 한껏 망가지기로 한 서로간의 암묵적인 약속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몰아의 경지라 부를 만한 자기망각은 필수적이다. 내가 조금이라도 덜 망가진 상태로 나와야 한다는 사심이 있어서는 성공할 수 없는 놀이다. 그래서 얼굴 몰아주기는 놀이이면서 일종의 집합의례라는 성격을 가진다.
집합의례는 집단의 경계를 만들고 집단 구성원들의 결속과 연대감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디지털 아이들에게 얼굴 몰아주기는 서로의 유대감을 확인하고 연출하는 집합의례이자 놀이다. 얼굴 몰아주기의 사진 속에는 일그러지고 우스꽝스러운 얼굴들이 전시되어 있다. 자아도취나 자기과시라는 개인의 얼굴 대신 유대감과 친밀성의 목적으로 집단의 얼굴을 형상화한다.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공동의 얼굴을 만드는 이 놀이적 실천은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로 깊이 빠져드는 것을 벗어나려는 유쾌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