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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 가자, 논에서 노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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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수많은 잠자리가 머리 위를 맴돌며 우리를 맞아 주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이들이 잠자리채를 들고 잠자리를 쫓아간다.
잠자리채가 허공에서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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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잡았어!
신이 나서 달려오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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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가 잡았다, 된장잠자리.

 

 

 

생협 분과 모임에서 논에 다녀왔다.
강원도 횡성, 한 살림 생협 쌀을 생산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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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모내기 직전에 갔을 때와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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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가 한창 자라는 여름 논은 온통 푸르르다.
아이들이 잠자리를 잡으러 다니는 동안 어른들은 논에 들어가 벼가 얼마나 자랐는지, 포기가 얼마나 늘었는지 살폈다.

조그맣던 모가 거의 해람이 어깨만큼 자랐다. 세 포기씩 심었던 것이 서른 포기 이상으로 늘었다.

 

가까이 다가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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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갈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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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처럼 가늘어서 실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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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찟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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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실잠자리, 어른벌레로 겨울을 나기 때문에 ‘묵은’ 실잠자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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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갈거미?

 

 

 

얘들아~논물에 누가 사는지 볼까?
이번엔 논물에 사는 수서 생물을 채집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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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옆의 둠벙(웅덩이)에서 뜰채로 건져 올린다.
해람이가 봄에는 ‘메추리 장구애비’를 잡고 오늘은 조그만 ‘미꾸리’를 잡아서 아주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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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채집한 것을 쟁반에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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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분리하여 보기 좋게 조그만 그릇(샬레)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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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아재비와 소금쟁이는 맨눈으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게아재비는 몸길이가 10센티미터 정도로 크다.

 

먼지만큼 작은 것들도 있으니 눈을 부릅뜨고! 돋보기로 들여다보자. 돋보기로 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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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자라. 몸길이 2cm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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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잠자리 애벌레. 다 자라면 물 밖으로 나와 허물을 벗고 날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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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하루살이 애벌레. 역시 물속에서 애벌레로 지내다가 물 밖으로 나와 허물을 벗고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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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거미인지, 닷거미인지... 거미줄을 치지 않고 떠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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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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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아리물달팽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처럼 둥글게 말린 모양이라 붙여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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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치지 않은 유기 논에서 자란다.
이 논의 별명이 ‘또아리물달팽이 논’이라더니 또아리물달팽이가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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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모습은 납작하다. 크기는 5mm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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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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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진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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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르는 작은 벌레

 

1mm 정도? 너무 작아서 처음엔 티끌인줄 알았는데, 돋보기로 겨우 찾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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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가 돋보기로 관찰을 하며 그림을 그린다.

잘됐다, 체험학습 보고서로 내면 되겠네. 잠자리를 신 나게 잡더니 자세히도 그렸다.

논에 이렇게 조그맣고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놀랍고 신기하다. 농약을 치지 않고 잘 보존된 논에는 수천 가지의 생물이 산단다.
논이 쌀을 생산하는 곳인 줄로만 알았는데,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터전임을,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중요한 공간임을 배운다. 농약을 뿌리지 않아야 우리가 안전하고 건강한 쌀을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논에 사는 모든 생물도 다 함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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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벙은 웅덩이라는 뜻의 충청도 사투리.

옛날에는 가뭄을 대비하여 논에 물을 모아두는 둠벙, 웅덩이가 있었단다. 그런데 논을 기계로 반듯하게 만들고 인공수로를 만들어 물을 끌어오면서부터 없어졌다고. 둠벙은 물을 저장하는 역할 뿐 아니라, 논물이 빠지는 시기나 겨울 동안 논물에 사는 생물들의 터전이 되기 때문에 논에 사는 다양한 생물들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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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있던 장맛비가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바닥에 흐르는 빗물에서도 찰박거리며 논다. 논에 오면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는데 장마에는 물이 불어 위험하다고 해서 오늘은 하지 않기로 했다.
물놀이의 아쉬움을 달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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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생물 관찰이 끝나면 논둑 따라 들꽃을 보는데 비가 너무 쏟아져서 들꽃 관찰도 못했다. 아쉬운 대로 개망초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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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서두르느라 개구리도 못 봤네.
집에 돌아와서 아쉬운 듯 내가 말했더니
엄마는 못 봤어? 나는 청개구리 한 마리 봤는데, 라며
아루가 색종이로 개구리 여러 마리 접어줬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먹을거리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생협 조합원이 되었고 처음에는 매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전부였는데 몇 해 지나면서 마을 모임에 나가고 분과 활동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속한 곳은 논살림 분과라서, 봄, 여름, 가을, 계절마다 논에 간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논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벼가 어떻게 생겼는지, 언제 심어 어떤 과정을 거쳐 쌀이 되는지 알지 못했고 아이들 그림책에서 보는 논 풍경도 낯설기만 했다. 논 풍경뿐 아니라 숲, 나무, 풀, 꽃, 벌레, 그림책 속의 ‘자연’이 모두 낯설고 생경해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해주어야 할지 몰랐다.
물론 배운 적은 있다. 벼농사를 어떻게 짓는지, 그리고, 나무와 풀, 꽃, 곤충에 대해서도 학교 수업 시간에 배웠을 것이다. 시험 문제를 맞추기 위해 공부하고 열심히 외웠겠지만, 시험이 끝나고 시간이 흐르고 나니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다. 마음속에 어떤 감흥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자연 관찰 책을 열심히 읽어주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자연을 직접 맛보게 하고 싶었다. 들여다보고 만져보면서 몸과 마음으로 배워야 두고두고 오래 남을 것 같았다.
논에 처음 갈 때는 ‘내가 굳이 벼농사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실제로 논에 가보니, 논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쌀 재배지’ 이상이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이 그때마다 아름답게 다가왔고 논과 그 주변에 사는 다양한 생물들이 참 신비로웠다. 논에 푹푹 빠져보고 개울에서 물장구치며 노는 것은 또 얼마나 즐거운지!
해람이는 둠벙에서 알지 못하던 새로운 생물을 건져 올리는 데서, 아루는 본 것을 자세히 그려보며 기쁨을 느낀다. 나는 요즘 카메라 렌즈에 접사 튜브를 달아 먼지만큼 작은 생물들을 들여다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논에서 우리가 매일 먹는 쌀이 나오는 것에 고마워하고
농사짓는 분들의 노고와 어려움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해야겠지만
우선은 즐거운 마음으로 논과 친해지면 좋지 않을까.

논에 가자, 논에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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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청원 청개구리논에서 찍은 방물벌레
1센티미터도 안되는 쬐끄만 벌레들도 나름 정교하다.
움직임이 아름답다.
정말, 이 세상에 불필요한 생명이 있을까? 

생명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곳,

내 삶이 이 조그만 벌레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곳

나에게 논은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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