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놀 권리를]
구호뿐인 한국과는 달리…
일, 상상력 자극 '모험 놀이터'수백개 지어
영, 국가차원 놀이정책 체계적·지속적 추진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는 어린이의 놀 권리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국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놀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아이들의 놀 권리를 강조하는 구호만 외칠 뿐, 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아동 전문가와 아동 관련 단체들의 견해다.
놀이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시행한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아이들을 위한 계획‘(Children’s Plan)을 만들어 놀이에 대한 비전과 놀이 확산 및 공간 확보, 예산 지원 등의 계획을 수립했다. 영국은 정책실행 기구를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에 체계적으로 설치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놀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5일제를 정착시키고 20년동안 전략적으로 학부모공동체 만들기와 지역평생학습마을 만들기를 추진해 놀이를 활성화했다. 일본은 또 놀이 기구가 없고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험놀이터를 266개 이상 지었다.
프랑스 교육부는 1998년 `학습 리듬과 교육 체제 시행‘이라는 조항에서 학교에 가지 않는 수요일과 토요일, 방학의 여가 활동을 조직하는 각 지역 시청의 역할을 강조했다. 프랑스 각 학교는 학습과 휴식의 조화를 추구하는 수업시간표를 만들었다.
이처럼 다른 나라에서는 아주 일찍부터 아동들을 위한 놀이 정책을 수립해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면, 우리 정부는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주도하는 ‘아동 놀이 헌장 제정 및 놀이 정책 수립을 위한 추진단’(이하 추진단)을 구성해놓고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부는 지난 2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아동학대 방지에 초점을 맞춘 ‘아동권리헌장’을 선포했다. 하지만 놀이 헌장 제정 및 놀이 정책 수립은 진전이 없다. 한국아동권리학회 황옥경 서울신학대학교 보육학과 교수는 “추진단 회의를 한 번 한 뒤 감감무소식”이라며 “놀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일상 생활 속에서 놀이 아이디어 공유하고, 놀이 기회의 공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구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양선아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