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생물막 형성 억제에 탁월
항생제 내성 치료에 도움 기대”
지금까지 전문가들은 생강이 몸에 좋은 이유에 대해 설명할 때 주로 체온을 올려주는 효과를 언급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많은 설명을 덧붙일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연구진이 생강에 담긴 ‘라피노즈’란 천연성분이 항생제 치료를 무력화하는 생물막을 제거해주는 사실을 밝혀내 국제 논문집에 실었다. 생강이 중이염 등과 같은 세균성 질환 치료를 돕는 보조제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박희등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팀이 생강의 추출액에서 세균 생물막 형성 억제에 탁월한 기능을 하는 천연 유효성분 라피노즈를 발견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이 15일 밝혔다. 생물막이란 끈적끈적한 분비물을 배출하며 표면에 흡착하는 미생물 군집이다.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이 인체 조직에 형성한 생물막은 항생제 치료를 무력화한다. 또 치아에 형성된 생물막은 치아가 썩는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교육부 이공학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지난 4일 실렸다.
연구진은 앞서 2011년 생강 추출액이 녹농균(방광염·중이염 등의 원인으로 녹색 고름을 만드는 균) 생물막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천연성분인 라피노즈가 그 기능을 한다는 사실과 함께, 합성 생물막 저해물질인 퓨라논 C-30과 동등한 수준의 효과를 갖는다는 점도 밝혀냈다. 연구팀의 변영주 고려대 약대 교수는 “라피노즈를 기존의 항생제와 조합해 처방할 경우 효과를 높일 수 있고, 항생제 내성을 나타내는 세균 감염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제약회사들이 생물막 형성을 방해하는 화합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산업적으로도 함의가 적잖다. 박희등 교수는 “라피노즈는 생강 이외의 다양한 식물에서도 쉽게, 대량으로 분리해낼 수 있어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