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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스트레스 없는 아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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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얼마 전 큰애의 중간고사 성적표를 확인했다. 기대를 했던 만큼 속도 많이 상했다. 아이의 성적에 안달하는 부모는 되고 싶지 않지만, 그게 맘처럼 잘 안된다. 중학교 때는 아이가 시험공부를 하고 있어도 나 먼저 자곤 했는데,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맞은 첫 시험 기간에는 별 하는 일도 없이 졸음을 참으며 최대한 깨어 있으려고 노력했다. 매일의 시험 결과가 너무 궁금하면서도 아이가 말하기 전에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생각했던 것보다 소소하게 틀린 문제가 많았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툴툴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게, 중간에 ○○는 왜 해서, 시간낭비 했잖아.” “너희 학교 시험은 엄청 쉬워서 한두 문제 틀리면 내신등급 왕창 내려갈 텐데.” 결국엔 이렇게 시험 기간에 전력을 다해 공부를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아 애가 탔던 게 다 티가 나버렸다.

중요한 건 부모인 나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아이의 행복한 삶을 원하는 부모로서 ‘공부’와 ‘시험’을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는지 나 자신을 먼저 확인하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학원 그만 다니고 싶으면 바로 끊어줄게.” 이렇게 말하면서도 아이의 불안한 마음을 자극해서 계속 다니겠다는 말을 끌어내는 부모들도 많다. 이들은 부모의 욕망을 세련되게 감추었을 뿐이다. 본인들이 이 욕망에 초연하다고 진심으로 믿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이의 학업 능력이나 공부 방법의 문제점에 대한 이해 없이 ’공부하라’는 강요와 잔소리를 한다면 부모의 욕망이 앞서는 거다.

시험성적이나 공부 문제로 부모와 갈등을 빚고 압박감을 느끼는 학교 아이들을 상담하면서 ‘나는 우리집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었다. 부모로서 기본적인 틀만 갖춰주고 그 안에서는 자신이 알아서 하고 그 결과도 책임지게 하고 싶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부모의 욕망을 잘 다스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좀더 솔직해지자면 공부에 재능이 있는 것 같은 큰애한테 욕심을 내면서도 티를 안 내고 싶었던 거다.

아이는 딱히 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도 한 번씩 저항하는 태도로 말한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난 그렇게까지 공부만 하고 살고 싶지는 않다, 지금 하는 이런 공부가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이럴 때 나는 세속적인 말밖에 못 해준다. “너는 공부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 “나중에 네가 원하는 걸 선택하려고 할 때 그 선택폭이 넓으려면 지금 공부를 좀더 하는 게 도움이 될 거야.”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면 네가 뭘 해도 간섭하지 않을 거 알지?” 별 설득력도 없는 것 같은 이런 말 외에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어정쩡하게 자유롭게 키운 바람에 “무조건 해”라는 식의 태도를 취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말, 어떤 태도가 정답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든 못하는 아이든 시험 스트레스를 안 받는 아이는 없다. 모두들 공부를 잘하고 싶고, 시험도 잘 보고 싶어 한다. 아이들한테 “시험 기간에 공부도 안 하면서 무슨 스트레스를 받아?”, “공부 안 해? 제발 열심히 좀 해”라고 감정적으로 말하진 말자. 이런 태도는 아이의 반항심을 자극해 공부를 손 놓게 하는 역효과를 낳는다. “성적 몇 등, 몇 점 이상 받으면 ~해줄게” 또는 “그렇게 안 되면 스마트폰 뺏는다” 등의 상이나 벌로 아이를 공부하게 하는 것도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다. 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부모와 자녀 관계에 협박이 작용하여 더 큰 저항을 부를 수도 있다.

모든 아이들이 성적을 다 잘 받을 수는 없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학업성취기준을 볼 게 아니라 아이 자신이 나름 최선을 다한 시기의 성적 또는 성취 수준과 소홀하게 공부했던 시기의 성적을 비교해서 얼마나 노력해야 할지 기준을 제시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 노력의 과정에 부모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 물어보고 그것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자신이 공부할 때 부모가 자극이 될 수 있도록 같이 있어주길 바란다면 그렇게 해주는 게 좋다. 만약 아이가 부모가 옆에 있는 걸 감시로 느끼고 부담스러워한다면 다른 방법을 고민해보는 게 좋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무조건 ‘인서울’ 해야 해. 안 그러면 대학 안 보낼 거야”라는 식의 지나친 기대도 문제지만, 때론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아이의 능력과 상관없이 “그냥 2년제 대학 가면 되지, 더 바라지도 않아”라는 식의 말을 내뱉는 것도 좋지 않다.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가 자신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부모 자신의 실망이나 화를 아이에게 그런 방식으로 표현해서 상처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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