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를 자주 구워 먹는 남성과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 여성은 핏속에 지방 성분이 높아질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성지방은 섭취한 열량 가운데 쓰고 남은 열량이 저장되는 지방 형태로,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음식물과 관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정아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94명(남 796명, 여 1198명)을 대상으로 식품 섭취 빈도에 따른 고중성지방혈증 발병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의 경우 일주일에 한번 이상 쇠고기구이를 먹으면 그러지 않는 남성에 견줘 고중성지방혈증에 걸릴 위험이 2.73배 커졌다. 여성은 일주일에 한번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 여성은 그러지 않는 여성에 견줘 고중성지방혈증이 나타날 위험이 4.33배 높아졌다. 또 일주일에 두번 이상 비빔밥이나 볶음밥을 먹은 여성은 고중성지방혈증에 걸릴 위험이 3.93배 높아졌다. 돼지고기구이나 볶음도 일주일에 한번 이상 먹은 사람들이 3.5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의 핏속 중성지방 수치가 200㎎/dL 이상이면 고중성지방혈증으로 분류했다.
이번 연구에서 남성 고중성지방혈증 환자 가운데 일주일에 한번 이상 쇠고기구이를 먹는 비율은 23%, 음주는 53%로 고중성지방혈증이 없는 남성의 비율인 각각 10.8%, 35.3%보다 높았다. 여성의 경우 고중성지방혈증이 있는 사람 가운데 일주일에 한번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 사람은 17.9%, 일주일에 두번 이상 비빔밥·볶음밥을 먹는 사람은 20.8%로, 고중성지방혈증이 없는 여성의 비율인 각각 6.7%, 6.9%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고열량이거나 포화지방산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먹는 습관이 중성지방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같은 음식이라도 성별에 따라 중성지방 수치를 올리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성별에 따른 식품의 위험도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식품 자체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아니기 때문에 여성의 중성지방을 높이는 패스트푸드가 남성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