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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쉼’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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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쉼’ 특별전은 ‘노 저으며 해금강 유람하기’ 등 새로운 전시기법을 썼다.

[한겨레 문화‘랑’] 문화인
국립민속박물관 ‘쉼’ 특별전
유물과 작품 118점 입체적 감상

“박물관은 더 이상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쉬어가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작심하고 일을 벌였다. ‘우리 조상들은 여름을 어떻게 났을까’를 테마로 ‘쉼’ 특별전(24일~9월23일)을 열었는데, 유물과 작품 앞에 평상을 놓고 돗자리를 펴고 죽부인을 뒀다. 천진기 관장은 “서서 볼 사람은 서서, 앉고 싶은 사람은 앉아서, 아예 눕고 싶은 사람은 누워서 봐도 좋다”며 “휴가철 몸 둘 곳, 몸 둘 바 없는 분들은 이곳에 와서 쉬다 가라”고 했다.

“서늘한 댓돌에 고단한 몸을 기대니 푸른 그늘 실바람 소리에 새소리 들레어라. 스스르 감긴 눈 다시 뜨니 어깨에 괴나리봇짐, 한 손에 긴 담뱃대. 매운 담배연기에 두 눈 비벼 다시 보니 저기 보이는 곳, 금강산이 분명하고 회암선생 노래한 무이구곡 분명하고 관동지방 아름다운 관동팔경 아니런가.” 1부 ‘푸른 그늘 실바람 소리에 새소리 들레어라’ 안내문이 한편의 시다.

<괴나리봇짐, 짚신, 담뱃대> <도시락, 표주박, 휴대형 지도> <휴대용 소형벼루, 먹통, 붓> 등 묶음으로 둔 유물들이 뒤를 잇고, 시대와 작자를 달리한 금강산 유람도, 관동팔경도가 나란히 전시돼 있다. 굳이 ‘조선시대 후기 작자미상’ 등 유물에 대한 설명을 읽지 않아도 된다. 기량 전시과장은 “잘된 시 한편이 구구절절 설명문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코너를 돌면 모형 배가 나온다. 노를 저으면 뱃머리가 나아가면서 해금강 절경이 화면에 펼쳐진다. 옛 그림에서 뽑아 편집한 영상이다. 배에서 내리면 오락실에 있을 법한 게임기 차례다. 두 버튼을 번갈아 두들겨 화면 속으로 들어가면 말을 타고 옛 그림 속 관서지방 명승을 구경할 수 있다.

2부 ‘홑적삼에 부채 들고 정자관 내려놓고 있자니’는 마루를 깔았다. 대청 안쪽으로 선비 내외가 기거하는 안방이 있고, 담 너머 커다란 화면에는 구름이 흐르고 바람이 분다. 마루에 앉아 흔들리는 보리밭을 보면서 매미 소리,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도 좋다. 육송으로 만든 칸막이에서 솔향이 풍긴다. 시각 위주에서 벗어나 청각, 촉각, 후각 등 오감으로 감상 범위를 넓혔다. 3부 ‘한여름 밤 꿈, 속세를 벗어나니’. 소파에 앉아서 15×3m 대형화면에 펼쳐진 금강산 여행길 애니메이션을 볼 수도 있고, 피곤하면 누워서 천장의 화면을 통해 밤하늘 별자리, 하늘의 뭉게구름, 처마 위 푸른 하늘을 보다 설핏 잠들어도 무방하다.

그렇게 노는듯 쉬는듯 감상하는 유물과 작품이 모두 118점이다. 가장 두드러진 전시기법은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체험. 정보과학예술대학원 아카마쓰 마사유키 교수팀이 만든 기술로, 연, 모란, 나리꽃 등 꽃사진에 휴대폰을 대면 3D 화면으로 꽃이 피어난다. 전시도록과 리플릿도 그렇게 만들었다.

“민속은 의식주에 총체적으로 걸친 것이잖아요. 관련 유물들을 떼어놓으면 맥락을 잃고 박제가 되죠. 입체적으로 체험하고 느낄 때 그 의미가 제대로 살아납니다. 이번 전시기법은 그런 고민을 풀어보려는 시도입니다.” 전시기획자인 김희수 학예연구사의 말이다.


글·사진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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