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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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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놀이터’에 살아있는 생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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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2.jpg» 생태 놀이터. 편해문 제공.
 
시늉만 하는 ‘생태놀이터’, 획일화된 생태놀이터가 늘고 있다. 나무 몇 그루 더 심고 통나무 잘라놓고 생태놀이터라 우긴다. 생태에 대한 모독이고 아이들을 향한 공개적 거짓말의 기념비이다. 환경부는 2017년까지 1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탄성포장을 쓰지 않는 등 애쓰고 있는 걸 알지만, 생태놀이터는 지금 심각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생태’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란 세상과 자연에 대한 매우 근본적인 태도와 조화를 일컫는다. ‘생태’란 말을 소재주의로 인식하고 있음이 여러 ‘생태놀이터’에서 목격된다. 나무를 썼기 때문에 ‘생태놀이터’라면 민망한 일이다. 놀이터는 소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 기회가 가능하도록 합목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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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놀이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안내판이다. 글자도 많고 참 크게도 만든다. 놀면서 생태를 만날 수 있어야 하는데 놀이터까지 와서 설명이다. 그리고 곳곳에 이런 안내판이 널려 있다. ‘아이들과 함께 노는 법’, ‘흙놀이터’, ‘멧돼지 발자국’, ‘숲속미로’, ‘멀리뛰기’. 놀이터는 아이들이 놀려고 오는 곳이지 어른과 함께 무얼 하러 오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이 놀면서 미로를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미로를 설명하다니. 간판 세울 돈으로 쓸 만한 모래를 구하라. 모래상자는 있는데 모래가 없는 생태놀이터도 보았다. 놀이터는 설명을 듣거나 견학하거나 체험하는 ‘생태학습관’이 아니란 말이다. 
 
놀이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데커레이션이다. 생태놀이터 곳곳에 장식이 넘친다. ‘나무소리터’, ‘곤충과 조류호텔’. ‘물레방아’는 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소리도 안 나는 재료로 나무소리터를 만들고, 곤충과 새를 위한 ‘호텔’은 그야말로 알리바이용 생태다. 돌릴 수 없는 ‘물레방아’는 왜 놀이터에 있나. 더 끔찍한 것은 어느 나라 생태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왜 우리나라 어린이 놀이터에 인디언 움막을 짓느냐 말이다. 오해할까 봐 한마디 보탠다. 아이들이 묻는다. 저건 왜 여기 있냐고. 이렇게 아이들이 물을 때 부모와 교사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생태란 모름지기 자기 사는 곳 가까이 있는 환경을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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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놀이터에 조합놀이기구가 어불성설일 뿐 아니라(환경부 생태놀이터 가이드북에는 놀이기구나 조합놀이대를 배제한다고 했다.) 초등학생용 모험공간이라고 만들어놓은 언덕과 그 언덕을 잡고 올라가라고 늘어뜨려 놓은 밧줄에서 무심함의 극치를 본다. 영유아도 밧줄을 잡지 않고 올라가는 언덕에 초등 아이들더러 모험하라는 이 코미디란.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름은 ‘생태놀이터’인데 실제로는 ‘유격장’을 만들어놓은 곳이다. 가이드북에 제시한 ‘비정형화된 놀이요소’는 어디로 갔는지 ‘생태놀이터’에 대한 개념부터 되새기고 다시 출발하길 바란다. 바쁘면 스스로 만든 가이드북이라도 정독하라. 
 
편해문 놀이터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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