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Channel: 베이비트리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4145

“우레탄 버리고 흙 운동장 돌아갑니다”

$
0
0
경남 교육청, 학교 설득 친환경 실험
유해 우레탄 철거 뒤 흙 운동장으로

경남 남해의 창선고는 오는 8월 납이 기준치보다 2배 이상 검출된 유해 우레탄 트랙을 철거하고 ‘마사토’를 재시공하기로 결정했다. 2007년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운동장 조성 사업에 선정돼 우레탄 트랙을 설치한 지 10년 만에 ‘흙 운동장’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지난 6월 재시공 수요 조사를 할 때만 해도 ‘우레탄’을 원했던 창선고는 왜 결정을 바꿨을까. 이 학교 강형선 교장은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교육청 얘기를 듣고 10년 동안 우레탄을 사용한 경험을 따져 본 결과”라고 말했다.
00503346_20160727.JPG» 서울의 한 중학교 마사토(흙) 운동장에서 티볼 동아리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모여 티볼 연습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교사들이 근무하면서 보면 기온이 높을 때 우레탄에서 화학물질 냄새가 납니다. 우리 몸에 좋은 냄새가 아니라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어요. 10년 쓰면서 우레탄이 많이 닳았는데, 닳아 없어진 부분이 먼지로 날아가 공기 중에 노출이 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우레탄이 깔끔하고 보기는 좋지만 몸에 유익하지 못하다는 게 교직원들이 내린 결론입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우레탄 퇴출’을 선언한 경남교육청의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교육부와 대다수 시·도 교육청이 유해 우레탄을 철거하고 다시 우레탄으로 재시공을 원하는 학교들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경남교육청은 ‘우레탄 재시공은 안 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레탄에 대한 자료를 모으다 보니 유럽연합(EU)에서는 유해한 화학제품을 500종 이상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학교 우레탄에 대해 검사하는 유해성분은 딱 네 가지뿐”이라며 “몇년 뒤에 다른 기준으로 검사해서 또다른 유해물질이 검출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우레탄의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볼 수 없다”고 이런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 교육감은 지난 5월부터 교육청의 환경교육·생태교육 담당 장학사에게 우레탄 유해성에 대한 자료 조사를 지시했다. 이 조사를 토대로 경남교육청이 지난 18일 낸 보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세정제·소독제에 쓰이는 화학물질 163종 가운데 38종은 유럽연합에서 유해물질로 분류돼 있다. 유해물질 기준이 바뀌거나 강화되면, 사용 금지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자료는 같은 날 유해 우레탄 트랙 설치 학교 132곳의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장을 대상으로 열린 ‘우레탄 트랙 개·보수 설명회’에서도 제공됐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132곳 모두 마사토로 재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수요조사에서는 122곳(92.4%)이 우레탄 재시공을 원한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27일 현재 4종뿐인 우레탄 유해성 검사 대상 물질에 환경호르몬이 추가될 수 있다(<한겨레> 7월27일치 13면)는 보도와 관련해 “우레탄 재시공을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 다른 유해물질 검출 가능성까지 감안해서 학교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다시 하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5월 전국에서 최초로 마사토 기반의 ‘친환경 운동장 시설기준’을 제정한 바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흙 운동장은 눈비가 올 경우 사용이 불편하고, 학생들이 넘어져서 찰과상을 입거나 먼지가 날리는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우레탄의 유해물질 문제와는 개념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교육부는 전국 학교 운동장 우레탄 유해성 전수조사 결과, 우레탄 트랙을 설치한 초·중·고·특수학교 2763곳 가운데 1767곳(63.9%)에서 납 등의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4145

Trending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