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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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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놀이터는 차별의 기념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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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놀이터.jpg» 무장애 놀이터. 한국에 살다 보면 거꾸로 하는 일을 날마다 목격하게 된다. 놀이터 또한 마찬가지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무장애놀이터’이다. 이름부터가 딱딱하고 차별의 냄새가 물씬 난다. 왜 자유의 기운이 넘쳐야 할 놀이터 이름이 이렇게 견고하게 지어졌을까. 이런 이름이 붙은 놀이터에 휠체어 그네, 휠체어 회전목마 하나 갖다놓고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큰 선물이나 아량을 베푼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보면 비위가 상한다. 

무장애놀이터란 이름은 이미 차별을 전제한다. 무장애놀이터에 일반 아이들이 올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간판을 그리 달아 구분을 지었을까? ‘장애=휠체어’라는 편견이 한몫한다. 누워서 생활하는 아이도 놀이터에 와서 모래놀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무장애놀이터를 별도 공간에 강조해 만들고 홍보할 일이 아니라 모든 공공놀이터를 장애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일을 거꾸로 한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전용 놀이터는 필요하지 않다. 그런 놀이터를 만든다 할지라도 그 전용 공간을 벗어나면 장애 아이들은 보통의 세상과 만난다. 장애 아이들과 일반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놀이터가 필요할 뿐이다. 장애와 비장애는 만나야 한다. 나아가 비장애란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인이라고 하는 우리 또한 심각한 장애를 안고 있다. 고백하자면 나 또한 그렇다.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무장애놀이터의 시작은 관심과 사랑과 이해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야 한다. 각 지자체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무장애놀이터를 서로 짓겠다고 들썩인다. 스스로 하는 일이 선하다고 생각할 때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무장애놀이터는 개념부터 적용과 현장 이용 실태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애써 만든 놀이터 간판을 무장애놀이터라 붙여 차별의 기념비가 되지 않기 바란다. 놀이터 콘셉트를 선전할 것이 아니라 아이와 그곳을 이용할 대상을 먼저 이해할 일이다. 

놀이터를 만들 때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또는 무장애(barrier free)는 매우 가치 있어 섬세하게 반영해야 하는 개념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구분하고 가르는 ‘명칭’이나 ‘강조’ ‘선전’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놀이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놀이터까지 올 수 있는 ‘이동권’이 먼저이고 나아가 ‘머물권’이 일반 아이들보다 더 길게 보장되어야 한다. 놀이터에 놀러 온,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노는 모습을 본다. 가뭄에 콩 나듯 무장애놀이터를 멀찍이 만들어줬다고 요란을 떨지 말고, 가까운 놀이터를 장애와 비장애의 차별이 없도록 가꾸어야 한다. 시혜의 무장애놀이터는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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