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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운 마법의 이야기꾼, 로알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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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화의 어린이책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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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꼬마 거인
로알드 달 지음, 지혜연 옮김/시공주니어(1997)

올해는 세계적인 동화작가 로알드 달의 탄생 100주년이다. 마침 스티븐 스필버그가 그의 <내 친구 꼬마 거인>을 영화화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어른이 되어서야 로알드 달의 동화를 만난 나로서는 읽을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한다. 키 195㎝에 어깨가 떡 벌어진 거구의 성인 남자가 어떻게 어린이의 세계를 이처럼 잘 담아낼 수 있을까 싶어서다.

게다가 로알드 달의 공식 전기 <천재 이야기꾼 로알드 달>을 읽어보면 그는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젊은 시절 영국 공군 조종사로, 스파이로, 뉴욕 사교계의 기린아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오스카상을 받은 배우 퍼트리샤 닐과 결혼했고, 첫딸을 사고로 잃는 불행을 겪었고, 쉰여섯 살에 다시 사랑에 빠져 십년간 열애를 했다. <내 친구 꼬마 거인>은 그가 이 모든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고 난 뒤 예순여섯 살에 발표한 작품이다.

어느 날 밤, 고아원에 사는 소피는 잠 못 이룬 채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고요하고 찬란해 마치 마법의 시간과도 같은 이 밤에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서다. 그러다 커다란 검은 형체의 거인이 구치 부부네 아이들이 자고 있는 방 안으로 뭔가 불어넣는 모습을 보게 된다.

결국 소피는 거인에게 들켜 동굴로 잡혀가지만 이내 그가 선량한 꼬마 거인, 즉 선꼬거라는 걸 알게 된다. 유난히 귀가 큰 선꼬거는 아주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심지어 꿈이 날아다니는 소리를 듣고 채집망으로 잡을 수도 있다. 지난밤에도 거인은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방에 꿈을 불어넣다 소피를 만난 것이었다. 하지만 선꼬거와 달리 다른 거인들이 아이들을 잡아먹는다. 소피는 이 모든 사실을 꿈으로 만들어 영국 여왕에게 알리자는 꾀를 낸다. 소피와 선꼬거는 아이들을 구하고, 못된 거인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선량한데다 순진무구한 꼬마 거인을 처음에는 어린이의 은유라고만 생각했다. 인간을 잡아먹는 다른 거인들은 키가 15m도 넘는데 선꼬거는 그 절반밖에 안 되고 못된 거인들을 몽땅 없애버리고 싶어하니까. 또 학교교육을 받지 못해 문법에 맞게 말도 못하고, 아이들처럼 의성어와 의태어를 즐겨 쓰는 모습이 영락없이 아이들을 닮았기 때문이다. 선꼬거가 영국 여왕 앞에서 뿌웅놀이를 하는 장면은 어떤가. 어린이들이라면 반색할 일이다. 하지만 동화의 마지막에 이르면, 선꼬거는 다름 아닌 작가 로알드 달이라는 걸 알게 된다.

로알드 달은 늘 “좁고 어둡고 따뜻한 나의 글 쓰는 집필실로 내려가면 몇 분도 되지 않아 나는 예닐곱 아니면 여덟 살 어린아이가 되지”라고 말하곤 했다. 그가 쓴 동화들을 읽어보면 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그가 어린이의 대변자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로알드 달처럼 대번에 어린이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그가 남긴 동화들이 있다. 로알드 달이 남긴 마법이다. 초등 5학년부터.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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