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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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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키울 설계와 디자인 비용은 ‘쥐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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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8407_P_0.JPG» 놀이터. 한겨레 자료 사진.

놀이터는 토건이다. 땅을 뒤집고 언덕을 파고 그곳에 고무로 된 탄성 포장을 깔고 놀이기구를 박는 전형적인 토건이다. 놀이터를 짓는 과정은 아파트 공사와 닮았다. 넓은 땅에 우뚝 솟은 것이 아파트라면 좁은 자투리땅에 비쭉 세워지는 것이 놀이터이다. 둘 다 난데없이. 도시의 삶이 아파트를 마련하는 데 소진되는 것처럼 아파트 한 채의 값은 넘지 못할 벽이다. 그러나 우리는 늘 궁금해한다. 이 과도한 아파트 한 채의 값은 도대체 어떻게 산정된 것인지 말이다. 이런 궁금증은 아파트 앞 놀이터 하나를 짓는 비용을 알고 나면 더욱 커진다. 공공놀이터 또한 예외는 아니다.


많은 돈을 써 아이들이 놀기에 좋은 놀이터가 만들어진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놀이터 짓는 고비용은 설득력을 잃는다. 주거지 기능을 못 하는 아파트가 있다면 누가 들어가 살려고 할 것인가와 같은 맥락이다. 


사실 놀이터 짓는 비용 대부분은 두 곳에 쏟아부어진다. 하나는 놀이터 바닥에 탄성 포장을 까는 데 쓴다. 돈을 바닥에 다 깐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지출 비율이 높다. 그것이 생태적이냐 그렇지 않으냐는 의문은 일단 제쳐 두자. 또 뭉텅이 돈이 나가는 것이 놀이터 주인 행세를 하는 조합놀이기구이다. 


반면 놀이터 디자인과 설계엔 가장 적은 비용이 들어간다. 한국 놀이터가 왜 이 모양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지, 단박에 드러난다. 많은 경우 디자인과 설계 예산이 놀이터 짓는 비용 어디에 들어 있는지 찾기도 어렵고, 아예 주체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주더라도 설계와 디자인 비용은 그야말로 쥐꼬리만큼 배정한다. 아파트를 지을 때는 서로 살기에 편리한 공간이라고 도면도 공개하고 후다닥 모델하우스까지 만들어 선전하기 바쁘다. 그런데 놀이터 도면은 참으로 보기 어렵고 놀이터 모델 또한 마찬가지다. 무엇을 말하는 걸까. 놀이터를 만들면서 정작 아이들에게 관심없다는 것이다. 


이제 놀이터 디자인과 설계에 사활을 걸어야 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주택이나 아파트보다 놀이터를 더 중요하게 보려는 시대적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맨 앞에서 가로막는 물리적 장애물과 상상의 장애물이 있으니 그것이 탄성 포장과 조합놀이기구이다. 놀이터 건설 비용을 독차지하는 이 둘을 그대로 두고 놀이터에 상상력을 펼칠 수 없다. 공간적 상상과 비용 차원에서 한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놀이터 디자인과 설계 비용을 찾는 것이 한국의 어린이 놀이터 혁신의 열쇠이다. 이것만이 놀이터가 토건의 혐의를 벗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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