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등 마을 자투리 공간에 정원 꾸미자
암사동 주민들 정원사·플로리스트로 동참
이제는 ‘공동체 정원의 확장’까지 꿈꿔
지난 27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 암사종합시장 근처 새장터놀이터. ‘동네 놀이터 축제’가 열렸다. 마술쇼와 공연이 이어지는 놀이터 한편에선 화관을 만드는 체험 행사가 진행됐다. 암사동의 ‘마을정원사’들이 어린이와 노인들이 꽃을 다듬도록 돕고 있었다. 그 뒤로는 약 70㎡로 아담하지만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지금은 마을 주민들이 자랑하는 공간이지만, 1년 전만 해도 잡초만 무성한 화단이었다.
이 공간을 정원으로 꾸미기 시작한 이는 김영일(35) 플라워앤가든인피플 대표다. 그는 5년 전 꽃과 나무를 정기적으로 교체, 관리하는 플라워 렌털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을 하면 할수록 ‘꽃의 빈부격차’를 느꼈다. 부자 동네에선 싸다고 불티나게 팔리는 꽃이 누군가에겐 엄두도 내기 힘든 사치품이었던 것이다. 고급 아파트의 정원은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데, 변두리 주택가의 정원은 아무도 돌보지 않아 쓰레기만 쌓여갔다.
“건물을 지을 때 일정 공간을 녹지공간으로 만들어야 해요. 그런데 대충 화단을 만들고 준공만 끝나면 나 몰라라 하거나, 쓰레기장으로 방치하기도 해요. 주민이 정원사가 돼 마을의 자투리 공간을 정원으로 가꾼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동체 정원에서 마을을 잇겠다’는 사업계획서로 지난해 6월 서울시 예비 사회적기업이 됐다. 이어 강동구에 ‘꽃으로 마을을 만들자’고 제안해 놀이터 화단에 정원을 꾸미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정원이 들어서자 주민의 관심과 발걸음도 늘어났다. 근처 경로당에 다니는 할머니는 ‘물 담당’을 자처했다. 지난 5월부터는 ‘마을 정원사 양성과정’도 시작했다. ‘실내식물 이해하기’ 같은 이론에 ‘게릴라 가드닝’ 같은 실습도 곁들인다.
자투리 공간에 꽃을 심으면서 마을이 달라짐을 느낀 수강생 15명은 암사동의 ‘공동체 정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을 플로리스트 양성과정’까지 함께하며 독거노인에게 도시락과 함께 꽃을 전해온 이들은 이제 새로운 꿈을 꾼다. 선사유적지 옆에 들어설 생태공원으로 ‘공동체 정원’을 확장하려는 것이다.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뿐 아니라 문화 프로그램과 공동체 모임이 어우러지는 정원을 강동구의 여러 사회적 경제 조직들과 함께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노인이나 경력단절 여성에게는 마을정원사, 정원체험 교사 같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원을 꾸미는 것은 곧 마을을 꾸미는 일이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