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다”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심장, 간 등 우리 몸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눈 또한 그 못지않게 소중하다는 뜻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안과의사로서 30년 이상 환자를 보면서 창조주의 위대함에 늘 경외로움을 느낀다.
눈은 다섯 가지 감각기관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 본 것을 뇌로 전달해 빛과 같은 속도로 적절한 행동과 다양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게 한다. 뿐만 아니라 신체의 다른 부위와 긴밀하게 반응한다. 눈은 해부학적으로도 우리 얼굴에서 가장 중앙에 자리잡고 있고, 눈동자는 늘 움직여 다른 사람의 눈길을 끈다. 아주 오랜 친구의 귀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눈은 세월이 흘러도 머리속에 남는다.
어쨌든 눈은 구백 냥까지는 안된다 하더라도 사백 냥쯤은 된다.
![20160905_눈의구조.jpg 20160905_눈의구조.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603/478/20160905_%EB%88%88%EC%9D%98%EA%B5%AC%EC%A1%B0.jpg)
안구는 500원 동전 크기(직경 24mm) 정도밖에 되지 않으나 그 안에 소우주가 있다 할 만큼 아주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물을 인식하게 되는 경로를 살펴보면, 흔히 검은 동자라고 하는 투명한 각막에서 빛이 굴절되어 수정체를 통해 망막에 상이 맺히게 되며 이렇게 맺힌 상은 시신경을 통하여 대뇌에 전달된다.
안구 중에는 망막이 가장 중요하다. 망막에는 한 눈에 무려 1억2천7백만 개 정도의 시세포가 있다. 그 두께는 0.3mm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각각 기능이 다른 열 겹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모여진 정보는 직경 3mm 정도의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데 한 눈에 약 120만개의 신경가닥이 통과한다. 약 3만1천개의 신경가닥이 있는 청각신경의 40배다. 시신경 가닥은 뇌로 들어가는 모든 감각신경의 신경가닥의 약 40%를 차지한다.
부모들의 일반적인 상식보다 눈 검사는 아주 더 빨리, 더 꼼꼼히 이루어 져야 한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수 있다. 일부 학자는 눈을 뇌의 일부로까지 본다. 뇌와 직접 연결되어 있고 조직의 구조가 뇌와 아주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눈은 뇌와 거의 같은 속도로 아주 빨리 발달한다. 태아의 눈은 임신 5주 때부터 생겨나 다른 조직이나 기관에 비해 빨리 성장한다.
출생 후에도 눈의 발달은 아주 빠르다. 시신경은 생후 수주 내 만들어지고 각막은 2살 때, 안구는 7~8살이 되면 성인과 같아진다. 눈동자의 움직임은 생후 6개월, 눈물기관은 3개월 뒤면 완성이 된다. 수정체는 이 시기에 부드러운 소프트 프라스틱에서 점차 유리같이 단단해진다.
더 흥미로운 것은 눈의 굴절력의 변화이다. 아기는 약 80%가 원시, 5%가 근시, 그리고 15%가 정시로 태어난다. 7~8살까지는 원시로 진행하다가 그 이후에는 점차 근시로 진행해 25살 전후까지 계속된다. 구체적으로 눈은 어떤 시기에 어떠한 점을 살펴보아야 하며 어떤 경우에 안과적인 진찰을 받아야 할까.
먼저, 외형적인 모습을 꼼꼼히 관찰해야 한다.
![0905_선천성백녹내장.jpg 0905_선천성백녹내장.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603/478/0905_%EC%84%A0%EC%B2%9C%EC%84%B1%EB%B0%B1%EB%85%B9%EB%82%B4%EC%9E%A5.jpg)
검은 동자가 맑지 않고 흐리다거나(각막혼탁, 각막변성), 또는 검은 동자의 색깔이 옅은 초록색을 띈다거나(선천성 녹내장), 동공을 통한 눈속이 맑지 않고 희게 보인다거나(선천성 백내장), 또는 눈속에서 예쁜 불빛 같은 것이 보인다거나(망막종양) 할 때에는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각막혼탁이나 선천성 백내장과 녹내장은 빨리 적절한 조처를 취하면 완전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으나 그 시기(생후 2-3개월)를 놓치면 시력을 잃어 영원히 약시가 될 수 있다. 망막종양의 경우에는 생명까지 위협한다.
둘째, 시력을 챙겨보아야 한다.
갓난애는 정확한 시력을 알 수가 없다. 우선 전반적으로 사물을 잘 따라 보는지, 두 눈의 시력에는 차이가 없는지 등을 살펴 보아야 한다. 사물을 잘 따라 보지 못할 때에는 뇌에도 이상이 있을 수 있고 눈의 이상으로도 올 수 있다. 두 눈의 시력 차이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종이나 손으로 한쪽 눈을 가렸을 때 애기의 표정이 좋지 않다거나 목을 다른 곳으로 돌릴 때에는 그 눈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두 눈의 시력에 차이가 심할 때에는 나쁜 쪽 눈이 약시가 되어 사시가 될 수 있다.
3~4살이 되면 정확한 안과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무렵부터는 6개월마다 정기적인 안과 진찰을 받아 정확한 시력관리가 필요하다. 안구는 7~8살이 되면 다 자라고 이 무렵부터 근시의 진행이 아주 빨라진다. 따라서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정확한 진찰과 처방으로 근시의 진행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셋째, 사시의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
![20160905_내사시.jpg 20160905_내사시.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603/478/20160905_%EB%82%B4%EC%82%AC%EC%8B%9C.jpg)
두 눈의 움직임은 생후 6개월이 되면 거의 완전하게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이 시기를 지나 두 눈의 움직임이 이상하다거나, TV나 먼 곳을 쳐다 볼 때 한쪽 눈의 눈동자가 딴 곳을 보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눈물의 생성은 생후 3개월이 되면 완성이 된다.
이 시기를 지나 애기가 울어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면 꼭 진찰을 받아야 한다.